이미지 크게보기 SK에코플랜트 자회사 SK오션플랜트는 국내 최초로 해상풍력 발전기 하부구조물을 제작해 대만으로 수출했다. SK에코플랜트 제공

■ Build Up Korea - SK에코플랜트

울산·전남 등 해상풍력사업 개발
7000억 투자… 수전해 기술 확보

그린수소 생산 선결기술 마련해
캐나다社 함께 상용화 프로젝트

미국·호주 등 사업기회 모색 중
태양광발전 활용 극대화도 기대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그린수소 생산까지 연결되는 미래 에너지 가치사슬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2021년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바꾼 이래 해상풍력, 태양광, 수소연료전지 및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 등 전 분야에 걸친 경쟁력을 확보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개발부터 기자재 제조·운영은 물론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기술 기반 그린수소 생산까지 기술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SK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에너지전환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는 수소 가치사슬 구축에도 발을 맞추고 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얻는 수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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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수소 가치사슬 구축 ‘착착’= SK에코플랜트 그린수소 가치사슬의 핵심 중 하나는 해상풍력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11월 아시아 1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제조기업인 SK오션플랜트(구 삼강엠앤티)를 품었다. 글로벌 해상풍력 전문 개발회사 ‘코리오’, ‘토탈에너지스’와 함께 울산, 전남 등 5개 권역에 2.6GW 규모의 부유식·고정식 해상풍력 사업도 공동개발 중이다. 이런 대표성을 인정받아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이 지난 4월 한국풍력산업협회 회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SK에코플랜트는 그린수소 생산의 필수 선결기술로 꼽히는 고효율 수전해 기술도 확보했다. 2021년 10월과 올해 3월 등 2차례에 걸쳐 블룸에너지에 총 7000억 원 수준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블룸에너지는 글로벌 수소 연료전지 선도기업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1월 블룸에너지와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경북 구미에 제조공장을 준공하며 세계 최고 효율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 국산화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 SK에코플랜트는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얼셀과 함께 구미공장 고체산화물수전해기(SOEC) 설비를 통해 수전해 수소 시험생산에 성공했다. 현재 고효율 수소 생산을 위한 기술 역량을 인정받아 정부 주관 그린수소 생산 실증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다.

◇캐나다·유럽 수소·암모니아 시장 공략 = SK에코플랜트는 캐나다 월드에너지GH₂와 함께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의 스티븐빌 지역에 대규모 그린 수소 상용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뉴펀들랜드섬에서 풍력발전 기반으로 탄소배출 없이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그린암모니아로 변환해 북미 대륙에서 유럽 대륙까지 이동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총 3단계 중 1단계 사업비만 45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에 이른다. 전기 생산을 위한 육상풍력발전 약 1GW,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SOEC와 고분자전해질수전해기(PEMEC) 600㎿가 구축된다. 여기서 연간 생산되는 6만t가량의 그린수소를 약 36만t의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그린암모니아 플랜트도 함께 건설될 예정이다.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생산된 그린암모니아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로 수출된다.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암모니아는 제조과정이 단순하고 상온에서 쉽게 액화돼 수소의 저장, 운반체로 주목받고 있다. 단위 부피당 저장용량도 액화수소보다 1.7배가량 크다. 일반 암모니아는 이미 산업용, 농업용으로 각국에서 활용되고 있어 기존 저장·운송 인프라를 이용해 유통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는 5000만 달러(약 660억 원)를 투자해 프로젝트 지분 20%를 확보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약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독점적 수주기회도 확보했다. 전체 프로젝트의 기본설계(FEED)를 비롯해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기를 공급, 설치한다. 풍력발전단지 설계·조달·시공(EPC) 참여 관련 논의도 진행 중이다. 그린수소를 그린암모니아로 전환하기 위한 플랜트 EPC는 자회사 SK에코엔지니어링과 함께 맡는다.

◇2025년 그린수소, 2026년 그린암모니아 생산…‘수소 시계’ 앞당긴다 =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먼 미래로 느껴졌던 그린수소 시대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95%는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분해해 얻는 그레이수소다. 그레이수소는 비용이 저렴하지만 탄소를 배출하는 단점이 있다. 블루수소는 탄소 포집 기술 등을 활용해 탄소 배출을 줄인 수소다.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 탄소 배출이 전혀 없다.

그린수소는 직접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료전지를 통해 다시 전기를 만들어냄으로써 장기간·대용량 저장이 어렵다는 전기의 약점도 극복할 수 있다. 전력망이 부족해 생산된 전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부 지역의 태양광 발전 활용 극대화에도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이 기여할 수 있다고 SK에코플랜트는 설명했다.

그린수소는 당초 생산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탓에 오는 2030년은 되어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2025년 3월 그린수소 생산, 2026년 3월 그린암모니아 생산을 목표로 한다. 회사 관계자는 “대륙 간 그린수소 상용화 프로젝트 참여는 SK에코플랜트의 그린수소 관련 역량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라며 “캐나다 외에 추가로 미국, 호주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그린수소 사업 개발 기회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의 싱가포르 공장에서 직원들이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흑연을 프레스필터에서 긁어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제공

■ ‘폐배터리 재활용사업’ 북미·유럽·아시아 등 거점 마련

국내선 경북 경주 첫 공장 구축
美 IRA · 유럽 CRMA 대응 강화

SK에코플랜트는 폐플라스틱, 전자·전기 폐기물(E-Waste), 폐배터리 등 재활용 사업에도 힘을 주고 있다. 특히 앞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의 경우 국내는 물론 북미, 유럽, 아시아 등 배터리 산업 요충지 및 전기차 보급이 많은 주요 권역에 거점을 마련,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대응 역량을 확보했다.

SK에코플랜트는 국내 첫 2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을 경북 경주에 구축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8일 경북도, 경주시와 ‘경주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사업’ 추진을 위한 3자 간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SK에코플랜트는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크랩(불량품)과 수거된 2차전지를 파쇄·분쇄해 블랙매스(Black mass)를 만들고, 여기서 2차전지 핵심 원재료인 니켈, 코발트, 리튬 등을 추출하는 처리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북미 지역에선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혁신기업 ‘어센드엘리먼츠(Ascend Elements)’에 투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8월 5000만 달러(약 638억 원), 올해 4월 1084만 달러(약 138억 원) 등 총 6084만 달러(약 776억 원)를 투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유럽 배터리 동맹에 참여 중인 중국 CNGR, 포르투갈 최대 종합에너지 기업 갈프(GALP) 등과 협력해 유럽 폐배터리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아시아 역내에서는 중국 현지 합작법인 ‘지사이클’과 함께 중국 장쑤(江蘇)성에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건설 중이며, 자회사 테스는 상하이(上海)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도 운영 중이다.

SK에코플랜트는 테스와 어센드엘리먼츠가 보유한 전처리·후처리·희소금속 추출·전구체 생산 등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 과정에 대한 기술 내재화를 통해 2050년 600조 원으로 예상되는 세계 폐배터리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선점할 방침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글로벌 주요 거점과 희소금속 추출 기술력을 토대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에서 시장 선점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