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있는 가운데 3일 경찰이 참사 장소인 해밀톤호텔 옆 골목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보고받은후 현장 뒤늦게 도착
일부 거짓말 · 음주 의혹 제기도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용산경찰서장·서울경찰청 112실장·서울경찰청장·경찰청장 등의 행적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 사이에서 지휘 보고 체계가 완전히 무너져 경찰의 사고 대응 체계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매뉴얼·시스템 없이 상황실 근무자 판단에 따라 지휘관에게 임의 보고해오던 관행의 폐단 역시 불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경찰 안팎에서는 이임재 전 용산서장 등 경찰 지휘부의 당일 행적에 대한 의문점이 커지고 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집회 현장을 관리하다 오후 8시 20분쯤 집회가 끝나자 용산서 간부들과 함께 식당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서장이 식사를 시작한 오후 9시쯤은 이미 참사 현장에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며 112상황실 등을 통해 ‘대형 사고 일보 직전’이라는 신고가 접수된 시점이었다. 이후 상황일지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이 용산서 상황실로부터 ‘상황이 위급하다’는 보고를 오후 9시 30분쯤 받았고, 사고 현장에는 오후 10시 17분쯤 도착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전 서장이 오후 11시 넘어 현장에 도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로는 이 전 서장이 오후 10시 40분쯤 이태원 근처에서 차에서 내렸으며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는 것이다. 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상황일지 등에 실제 도착 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것처럼 허위 기재했다는 혐의까지 덧씌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전 서장이 집회 관리를 마무리한 후 술자리를 가졌던 것 아니냐, 술에 취해 대응이 늦었던 것 아니냐는 식의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영수증 등에서 술자리를 가졌던 흔적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경우 당일 오후 1∼9시까지는 서울청에서 광화문∼삼각지역 부근에서 벌어진 집회를 관리했다고 한다. 다만 이후 오후 11시 36분 참사 관련 첫 보고를 용산서장으로부터 받을 때까지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자택에서 머물렀던 것으로 나타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우 30일 0시 14분 사고 관련 첫 보고를 받을 당시 관사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처럼 지휘부 공백이 생기면서 경찰의 지휘 체계가 무너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용산서장이 사고 발생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 김 서울청장에게 보고했기 때문이다. 경찰 내 최상급기관인 경찰청은 30일 0시 2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이태원 참사 관련 ‘치안 상황 보고’를 받았다. 참사가 발생한 지 1시간 47분 만이었다. 서울청은 사고 자체는 사고 발생 직후인 오후 10시 18분에 소방청으로부터 공조요청을 받았기 때문에 인지 시점 자체만 놓고 보면 사고 발생 3분 만에 사고를 인지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