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강원 곳곳에서 산불이 이어지며 동해시 묵호항 일대가 연기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 전문가 ‘산림청 대응조직 확대 · 개편’ 목소리

올 대형산불 11건… 4년새 5배
산사태도 작년보다 12배 늘어

전담조직 인력부족 · 업무 혼재
상황관리 · 총괄대응 한계 노출

‘산림재난관리국’등 신설 통해
갈수록 대형화하는 재난 예방

대전=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재난에 대한 인식과 예방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산림 분야에서도 재난관리시스템의 재정비를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산림재난이 갈수록 ‘사회재난’ ‘복합재난’ 성격을 띠어가는 추세에 맞춰 선제적으로 산림재난 대응 전담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3일 재난관리 학계에 따르면 최근 기후변화로 각종 산림재난 피해가 심각해지는 양상이지만 이에 대응할 컨트롤타워 조직체계는 여전히 빈약해 적극적 대응과 보완이 절실한 실정이다. 산림재난은 산불·산사태·병충해 등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산림재난인 대형산불의 경우 지난 2018년 2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1월 현재 무려 11건이 발생했다. 올해 크고 작은 산불로 2만4758㏊의 숲이 불탔고, 재산 피해액은 1조3393억 원에 이른다.

2월부터 강원·경북 동해안에는 사상 최악의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이 삼척 LNG 생산기지, 울진 원자력발전소와 송전탑 등 전력 배송시설 등을 위협했다. 산불이 자연재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가시스템을 마비시킬 수도 있는 사회적 재난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동해시 묵호항 일대는 산불로 도시가 파괴되고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과거엔 산불이 험준한 지형으로 확산하면서 자연을 황폐화하는 피해를 줬던 반면, 최근에는 심각한 기후변화로 산불이 국가기간망을 마비시키고 도심으로 번지는 등 초대형 사회재난화, 복합재난화 양상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산사태 피해 역시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봄 가뭄 만성화, 2020년 역대 최장기간 장마, 올해 100년 만의 집중호우 등이 주요인이다. 올해 산림 분야 피해는 산사태 327.3㏊로, 지난해 26.8㏊ 대비 1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2020년의 경우 1343㏊의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 산림 병충해의 경우,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고사목 수가 지난해보다 23% 증가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산림재난관리 주관기관인 산림청의 관련 조직은 아직 빈약한 실정이다. 현재 산림청은 산림보호국 산하 산불방지과, 산사태방지과, 산림병해충방제과 등 3개 과 체제로 산림재난에 대응하고 있다. 산림보호국의 주무과는 산림환경보호과이고, 산림생태복원과·수목원조성사업단 등 업무 성격이 다른 3개 과와 혼재돼 있는 실정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월 5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원 삼척시 원덕읍 노경리 고압 송전선로 주변으로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일 국에서 성격이 다른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자칫 ‘두 마리 토끼 잡기’의 우를 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산림보호국장이 산불, 산사태, 병충해, 산림생태계 보전·복원, 수목원 조성 등 여러 업무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다 보니 ‘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림재난 총괄부서의 부재와 중앙산림재난상황실이 일개 계 단위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방자치단체, 유관 기관 등과 산림재난에 총괄적으로 대응하고 협업을 추진·조정할 총괄부서가 없는 점은 전문적 상황관리와 대응에 취약점을 노출할 수 있는 요소다. 상황실 역시 국가위기관리센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 소방청 상황실 등 재난대응 전담부서의 상황실 운영에 준하는 보강이 없을 경우, 업무 과중·피로 누적 등으로 인한 ‘휴먼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

서재호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산림청의 관련 조직들은 재난대응 관리보다는 산림자원 훼손 방지라는 매우 좁은 의미로 접근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산림보호국 내 3개 과만으로 앞으로 다가올 초대형 산불·산사태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산림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으로,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하는 자연재난·사회재난의 경향성을 파악해 국가적 로드맵을 보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학계에서는 현재 ‘한 지붕 두 살림’ 형태로 묶여 있는 산림보호국 기능을 분업화해 각각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책을 제기하고 있다. 효율적인 산림재난 대응을 위해 각종 산림재난을 총괄·조정하는 전담조직인 ‘산림재난관리국’을 신설하고, 기후변화로 산림환경보호 정책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존 산림보호국은 ‘산림환경보호국’으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문현철 한국산불학회장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정부의 모든 부처가 안전주무부처가 돼야 한다는 각성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우리나라는 산림이 국토의 63%에 달해 언제든지 산림재난 발생이 가능한 지역인 만큼 현재와 같이 미분화된 산림재난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산림재난을 전담할 ‘국’ 단위 부서 신설과, ‘산림환경보호국’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