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시제기 6대 막바지 이륙 채비…공군·KAI 조종사 4명 훈련 매진
지상활주시험 이상무…‘2000회 비행’ 안전성 확보 총력

이미지 크게보기 국산 KF-21 보라매 전투기 시제 4호기의 연료계통 지상시험에서 엔지니어들이 공중급유 장치를 확인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지난해 4월 시제기를 선보인 국산 첫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지상활주시험이 순조롭게 진행 중인 가운데 7월 중순을 목표로 시제기 첫 시험비행에 도전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관계자는 14일 “지난 주말 기준 지상시험 진행률은 전체 시험계획 대비 (시험조건 기준) 약 50%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초 비행 전에 수행해야 하는 안전비행(SOF) 항목 시험조건 기준으로는 지난주말 기준 약 95%의 진전을 이뤘다”며 “이번 주 시작할 지상 활주시험으로 남은 5%을 채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AI측은 예정대로 지상 활주시험이 마무리되면 7월 셋째주로 예정된 시제 1호기가 최초 비행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F-21 보라매 전투기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4.5세대 이상 전투기를 목표로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이며 지난 2016년 개발을 시작해 지난해 4월 시제기를 출고했다. 시제기 개발 후 1년 이상 경남 사천시 KAI 현장에서 비행시제기 6대와 구조시제기 2대를 통해 KF-21 지상시험을 진행해오고 있다.

14일 KAI 및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KF-21 지상시험에는 비행시제기 6대와 구조시제기 2대가 투입됐다. 공군과 KAI 비행시험 조종사 4명이 참여한 시뮬레이터 비행훈련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KF-21하중보정시험 중인 시제 3호기. 국방일보 제공

지상시험에는 시제기별로 공통적 시험과 호기별 특정시험이 부여된다. 각종 고난도 시험을 기한 내에 시행하려면 1대로는 어렵기 때문이다. 인근 구조시험동에서는 시제 3호기가 하중보정시험을, 5~6호기는 또 다른 장소에서 기능점검을 하는 등 역할분담을 하고 있다. 지상시험에서는 기체의 한계 상황은 물론 고장·오류·위험 등 여러 상황을 부여한다. KAI 연료시험동에서는 KF-21 시제 4호기의 연료계통 시험이 진행 중이다. 기체 중앙부 위에 올라선 엔지니어들이 건물에 설치된 공중급유 장치들을 기체와 연결하거나 대조하며 데이터를 산출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기체에 연결된 수많은 케이블과 연결선들은 다양한 계측·시험 장비로 이어졌고, 각 장비의 노트북·모니터에는 복잡한 숫자·그래프들이 계속해서 쏟아진다.

활주시험은 저속·중속·고속 등 단계적으로 펼쳐진다. 특히 꼬리날개의 일종인 수직미익 효과가 발생하는 속도를 확인하는 시험과 브레이크 고장 등 비상 상황을 고려해 활주로 끝단에 설치한 비상 제동 케이블이 항공기 후방에 장착된 후크와 제대로 걸리는지를 살피는 시험 등을 병행하게 된다.

비행시험은 6대 시제기가 순차적으로 참여하며, 약 2000회 비행이 예정돼 있다. 횟수는 상황에 따라 늘어나거나 반대로 줄어들 수도 있다. 첫 비행의 중점은 안정적 이륙과 안전한 착륙에 두고 있다는 게 KAI 측 설명이다. 이를 위해 주입하는 연료량과 착륙장치 움직임 등 안전에 관한 개발 과제 수행 경험 결과를 바탕으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시험진행관과 임무통제실(MCR) 요원들의 통합 상황조치훈련도 수시로 전개된다. 비행시험에 앞서 국내 전문가로 구성된 최초 비행준비검토팀과 감항인증팀 중심의 ‘최초 비행준비검토’ 회의를 열어 비행 안전성 확보 의견을 교환한다. 모든 시험 인프라를 이용한 비행 리허설도 열린다. 최상의 비행 특성 구현을 위한 비행제어 시뮬레이터(HQS·Handling Quality Simulator)와 실제 비행단에서 운영할 시뮬레이터(CPT·Cockpit Procedure Trainer) 두 종류로 훈련이 이뤄진다.

시제 1호기가 최초 비행한 이후에도 지상시험은 계속 이어진다. 시제 1호기와 나머지 시제기들의 비행시험 기간에도 계획된 일정에 따라 여러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고온·저온 환경시험과 외부 전자파 환경시험 등도 이 기간에 수행한다. 전투기가 2026년을 목표로 공군에 인도되는 그 순간까지 고강도·고난도 시험은 이어진다. 완벽한 기체를 만들기 위한 단련 과정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이 개발해 KF-21의 눈 역할을 하는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 한화시스템 제공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개발 중인 4.5세대 이상 첨단 초음속 전투기다. 마하 1.8에 달하는 비행속도, 7.7t의 무장 탑재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화에 성공한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공중·지상·해상의 광범위한 전장 환경의 실시간 감시를 가능케 한다. 여기에 적 항공기·미사일을 빠르게 포착하는 적외선 탐색 추적장비(IRST), 지상 목표물을 정밀 조준하는 전자광학 표적추적장비(EO TGP), 레이더 탐색을 교란하는 내장형 전자전 장비(EW Suite) 등도 장착된다.

KF-21 개발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크다. 기체에 들어가는 3만 개 이상의 세부 부품 중 65%가 국산이다. 개발에는 700여 개의 국내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만 1만2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양산 이후에는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와 5조9000억 원에 달하는 부가가치가 창출될 전망이다. KF-21은 다음 달 비행시험을 시작해 오는 2026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