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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지털 농업혁명, 정보융합·소비자 만족·데이터 개방 필수

  • 입력 2022-04-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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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웅 前농진청장

세계 농업이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다. 드론, 로봇, 식물공장, 인공지능(AI), 인공위성을 이용해 작물과 가축을 돌보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경험’과 ‘감(感)’이 풍부한 관행적 명장 농업인보다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AI를 활용해 생산과 유통, 소비와 관련된 정보를 잘 활용하는 ‘디지털화된 농업인’이 성공한다. 또 이런 생태계 구축 여부가 한 나라의 농업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다.

디지털 농업혁명은 세계 농업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앞으로는 토지 면적이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와 활용 역량이 한 국가의 농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가 농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볼 만한 이유다. ‘80억 인구’의 생존을 떠받치는 거대한 산업에서 파생되는 막대한 부가가치와 일자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급박하게 움직이는 시기에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디지털농업이 지향해야 할 ‘XYZ 좌표’는 어디에 둬야 할까. 첫째, 융합이 필요하다. 그간 농업과학은 생산과 관련된 각종 요소를 가능한 한 세부적으로 나눠 분석해 왔다. 토양에 특정 성분이 부족하면 작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특정 유전자가 품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밝혀내는 방식이다. 그 결과 방대한 자료와 정보를 축적할 수 있지만 자료와 정보가 서로 흩어져 활용도가 떨어졌다. 디지털농업이 농업인에게 도움이 되려면 작물, 토양, 기상, 경영, 마케팅 등 농업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융합해 최종의사결정 과정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소비와 유통에 주목해야 한다. 예전에는 모든 관심이 생산 현장에 집중돼 있었다. 예를 들어 과일의 당도를 끌어올려 보편적인 소비자의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뇨를 앓고 있는 소비자의 마음까지는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하지만 소비·유통 현장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체계적인 생산전략을 제시하는 것 또한 디지털농업의 역할이다. 특히 유통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유통 빅데이터를 잘 분석하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도 있다.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능성 성분을 증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디지털농업이 다뤄야 할 사항이다.

셋째, 정부와 공공기관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부문은 그 데이터를 창의적으로 활용해 스스로 디지털농업을 주도해야 한다. 정부는 직접 음식 메뉴를 개발하는 대신 안전하고 영양가 높은 재료(데이터)를 신선하게(양질로)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한다. 디지털농업을 통해 창업을 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민간의 몫이 돼야 한다.

우리 농촌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대한민국 농촌의 미래는 디지털 세대인 청년에게 달려 있다. 그들은 디지털 기술 발전과 함께 성장했고,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일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들이 농업을 통해 충분한 소득을 얻고 농촌 생활을 만족스러워할 때 소멸위기의 우리 농촌은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결국 살고 싶은 농촌, 삶이 행복한 농촌 만들기의 해답은 디지털농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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