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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비용보전 계획’의 4大 위선

기사입력 | 2021-11-29 12:06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조기 폐쇄하거나 백지화한 원전에 대한 비용 보전을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불하기로 하는 ‘에너지 전환(원전 감축) 비용보전 이행계획’을 25일 확정했다. 이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전력산업 기반 구축이 아니라 허무는 데 쓰이는 것은 기금의 취지에 역행한다. 개정 전 시행령에 규정한 용처는 안전관리, 전기의 보편적 공급, 기반 조성 사업, 인력 양성, 해외 수출, 개발 기술 사업화 등 7개로 명확히 정의돼 있다. 모두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며, 개발하고 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생뚱맞게 ‘원자력 발전의 감축을 위하여…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정하는 지원사업’을 추가했다. 안전하게 하고 진흥하고 촉진하는 사용처에 원자력 감축이 추가된 것이다. 기반을 부수는 것이 어떻게 기반기금의 용처가 된다는 말인가.

둘째, ‘비용 보전’은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어 한수원이 조기 폐쇄했다는 정부 주장과 정면으로 모순된다. 이전에는 경제성이 없어 조기 폐쇄했는데 지금은 조기 폐쇄하면서 손해가 났으니 기금으로 보전해 주겠다고 한다. 경제성 없는 원전을 폐쇄해서 손해가 발생했으니 이를 보전해 준다? 이상하지 않은가.

셋째,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고 거위 고깃값 보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조기 폐쇄된 월성 1호기와 백지화된 신규 원전 4기, 백지화 직전인 신한울 3·4호기 설비용량을 합치면 9.1GW다. 이들 원전이 1년만 운영돼도 생산 전기가 7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걸 없애면서 투자된 비용 수천억 원을 기금으로 보전하겠다는 것이다. 없어진 원전들이 가져올 한전 이익만 매년 3조 원이 넘는다. 부수는 비용 수천억 원을 지불하고 없애면 그만인 게 아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인 것이다.

넷째, 없어진 원전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 며칠 전 대통령이 전국에 최대한 수상태양광을 설치하면 9.4GW로 원전 9기 발전량이라고 했다. 그러나 태양광은 하루 3.5시간 정도만 이용할 수 있지만, 원전은 20시간 이상 이용할 수 있으므로 수상태양광 9.4GW는 전력생산량에서 원전 1.7GW에 불과하다. 메추라기 알 9개가 거위 알 9개와 같지 않듯이, 태양광 9.4GW에서 생산되는 전력량과 원전 9.4GW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같지 않다. 원전이 5배 이상 많다. 그리고 탄소중립을 위해 수상태양광을 하는 것이라면 석탄화력이나 가스발전과 비교해서 그들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나? 왜 원전과 비교하는가. 탈원전을 위해 수상태양광을 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정부는 원전 없애는 일이 뭐가 그리 급하다고 무리해서 우선 없애고 뒤늦게 그 비용 보전을 어떻게 합법적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는가. 재생에너지가 확충되는 속도와 유용성을 확인하면서, 그럴 일 없겠지만 원전 없이 전력 공급이 가능한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그때 줄여도 늦지 않다. 우리나라 여건에 간헐성 재생에너지로 원자력을 대체하는 게 불가능하다. 비용 보전을 어찌할지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탈원전을 조기에 종결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말 그대로 기반을 튼튼히 하라고 만든 기금이다. 원전을 부수고 그 비용 보전에 쓰라고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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