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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野 후보 노린 ‘꽹과리 수사’와 反법치

기사입력 | 2021-11-09 11:26

김태규 변호사 前 부산지법 부장판사

국정농단 사법적폐 재판거래
모호한 말 동원해 적개심 유발
대선 앞두고 유사 현상 再등장

‘고발사주’ 범죄 성립 모호한데
중공군 인해전술式 수사 행태
대장동 수사와도 너무 대조적


어릴 때 6·25전쟁에 대해 들으면서 기억에 남은 것이 중공군 꽹과리 소리다. 무기가 부족해 소총과 기관총으로 겨우 무장한 중공군이 인해전술(人海戰術)을 펴면서 공격 전에 징과 꽹과리로 요란스럽게 해 상대가 두려워서 퇴각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상대에게 공포를 심는 효과가 있었겠다. 군사학은 모르지만, 왠지 70년 전에나 통했을 법한 이 전술이 현재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표현은 공포가 느껴질 정도로 매서운데 실상은 빈 강정인 경우가 많다. ‘국정농단’이란 표현도 얼핏 대역죄 정도로 읽힌다. 그러나 정작 기소된 죄명 중에 많은 경우가 직권남용이었다. 직권남용은 자칫 정치적 탄압의 도구로 사용될 우려 때문에 그전에는 거의 처벌되지 않았던 죄명이다. 국정농단 재판 당시 전 정권 인사 26명에 대해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범죄 건수는 총 97건이었는데, 그중에서 28건이 무죄로 판결돼 무죄율이 28.8%에 이른다. 일반 형사사건의 무죄율이 3% 안팎임을 생각하면 얼추 10배에 이른다. 법에서 정한 형도 높지 않다.

사법 적폐나 재판거래도 그 표현에 비해 내용이 빈약하다. 사법 적폐라는 멍에를 쓰고 직권남용으로 기소된 많은 법관이 무죄로 판결되고 있다. 재판거래도 오해가 많다. 대법원의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이유로 상고법원을 만들려 했으나 진척이 없자, 대법원장이 대통령에게 힘이 돼 달라는 취지에서 이미 판결이 난 사건 중 정부의 정책 기조와 같았던 사건을 언급하며 생색을 내려다 그만둔 경우다. 당연히 부적절하지만, 그중 돈이 수수되거나 판결의 결론이 바뀐 게 없다. 국정농단, 사법 적폐, 재판거래는 사실을 담기보다 대중의 가슴에 적개심을 심기에 더 적절한 표현이었다.

이런 모습은 현재도 계속된다. 검찰 권력의 사유화, 검찰 쿠데타, 국기 문란 사건 등 의미도 모호한 표현들이 고발 사주와 관련해 난무한다. 자칫 검사들이 청와대를 점령한 줄 착각이 들 정도다.

고발 사주 의혹이 언급되면서 줄곧 든 의문이 있다. 손준성 검사든 나아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든 그들이 고발을 부탁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죄가 될지 궁금했다.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문제 삼는 모양이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인데, 고발장을 작성하는 게 검사의 직권 범위에 포섭될지 의문이다. 공무상 비밀누설을 말하는데, 판사의 판결문이 어째서 검사의 공무상 비밀이 되는지도 따져 봐야 한다. 판결문에 나오는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데, 이미 당사자가 누구인지 일반 대중이 인지하는 수준인데 왜 굳이 판결로 그 정보를 얻으려 했을지 의문이지만, 그나마 이 부분은 눈길이 조금 간다. 고발한다고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인과성이 너무 떨어진다.

대부분 죄가 되는지도 모호한데,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의 가담 사실이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의 관련성조차 밝혀내지 못했다. 속은 텅텅 비었는데 소리만 요란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대장동 의혹, 권순일 전 대법관의 월 1500만 원 자문료와 50억 클럽 의혹,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제보 사주 의혹 등에서 사정기관들이 보이는 모습과 참 비교된다.

공수처 검사가 총동원되고, 약 두 달간 온갖 압수수색 등으로 수사를 이어갔다. 손 검사가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데도 야당 대선 경선 일정을 이유로 출석을 종용하고, 여의치 않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가 기각됐다. 그러자 엉뚱하게 요건이 더 어려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는 수모를 당했다. 아무래도 증거가 드러나지 않으니, 대검 대변인이 쓰던 휴대전화를 대검감찰부가 제출받아 포렌식한 사정을 기가 막히게 알아내고는 압수수색으로 그 포렌식 자료를 가져간다. 당연히 공수처가 대검에 감찰을 청부했다고 의심할 만하다.

실체가 나올지, 나와도 죄가 될지 애매한 사안을 두고, 공수처는 혼신으로 징과 꽹과리를 울려대는 모습이다. 공수처나 검찰의 기울어진 수사 태도를 보면서 이 정권의 사정기관들이 정권 연장의 하수인이 됐다고 말하면 억측이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 매서운 눈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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