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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후보 비호감이 ‘역대급 무관심’ 불러… 제3지대와 ‘승리연합’ 구축 필수

기사입력 | 2021-11-02 10:37



■ 김형준의 Deep Read - 이상하고 불확실한 대선

유력 후보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월등히 커 확장성 한계… 정권교체 지수 높아도 野가 與 압도 못하는 선거

과거 ‘DJP’ 같은 ‘보수+안철수+심상정’ 등 파격 연대도 검토 필요… 타 후보 압도 ‘초격차 비전’으로 변화의 희망 줘야


내년 3월의 20대 대선은 역대 대선과 비교할 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상한 선거다. 여야 유력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호감도의 2배나 높고, 유력 주자들이 한결같이 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다. 대선 4개월여 앞둔 시점까지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과반이 될 정도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출마 선언으로 대권 지형은 더욱 복잡다단해졌다. 야당이 지금의 지지부진함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 높은 정권교체 지수는 허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타 정치세력과 ‘ 승리연합 ’을 구축하고 상대 후보를 압도하는 ‘초격차 비전’을 제시하는 등 선거 원칙과 전략에 충실해야 한다.

◇비호감이 만든 ‘역대급’ 부동층

한국갤럽 조사(10월 19∼21일)에 따르면,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호감 32% 대 비호감 60%,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8% 대 62%, 같은 당 홍준표 후보는 31% 대 59%였다(이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역대 대선에서 비호감도가 호감도를 이처럼 압도하는 경우는 없었다.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으면 확장성은 그만큼 떨어진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이 지체 혹은 정체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별 후보들에 대한 역대급 비호감은 역대급 부동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의 조사(10월 29∼30일)에 따르면 내년 3월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부동층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0.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는 특히 중도층에서 높아 60.3%에 달했고, 18∼29세에서는 무려 73.9%나 됐다.

이처럼 부동층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대장동·고발 사주 의혹 등 사법 리스크를 포함한 변수들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내년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변동성이 큰 이상하고 불확실한 대선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하고 불확실한 대선

유력 후보들이 각종 의혹과 황당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국민 눈총을 받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음식점 허가 총량제 도입 발언 등으로,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과 전두환 옹호·해명 발언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언제 어디서 뭐가 더 터질지 모른다’는 회의감이 팽배하다. 도덕성이 가장 떨어지는 후보로 이·윤이 1·2위를 차지하는 것도 특이하다. 이런 불편한 사실들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힘들게 만든다.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은 ‘컨벤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상 유력 정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기 마련이다. 가령 1997년 7월에 이회창 후보가 신한국당 후보로 선출된 직후, 지지율은 17.8%에서 40.4%로 22.6%포인트 수직 상승했다. 2002년 4월 노무현 후보가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에도 지지율이 14.7%포인트(28.3%→43.0%)나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실패, 부동산 정책 실패, 대장동 비리 의혹 등 정권교체를 촉발하는 요인은 차고 넘친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 상 정권교체 지수는 정권재창출 지수보다 15∼20%포인트나 높다. 하지만 막상 가상 대결구도를 보면 국민의힘 후보들이 이재명 후보를 압도하지 못한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 민심을 담아낼 그릇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리연합’이 중요해진 이유

선거는 게임이다. 이상하고 극도로 불투명하며 불확실한 대선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경험적으로 입증된 원칙에 대한 이해와 그에 토대를 둔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치세력 간 연대나 후보 단일화다. 1997년 대선 당시의 ‘김대중-김종필의 DJP 연대’, 2002년 대선 때의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그 사례다. 안철수·김동연 등이 대권 도전에 나섬으로써 내년 대선은 다자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다. 여든 야든 제3지대 후보를 품어 ‘승리연합’이라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할 때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한국 정치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보수-중도(안철수·김동연)-진보(심상정)’를 포함하는 ‘국민대통합 연정’을 시도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변화의 메시지를 내놓는 것도 중요하다. 유권자는 대선에서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투표한다. 2002년 대선에서 ‘변화와 개혁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내세운 노무현 후보가 ‘김대중 부패정권 심판’이라는 정권심판론에 몰입했던 이회창 후보에게 승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윤 두 후보가 컨벤션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하고 여전히 박스권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결국 유권자의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초격차’ 비전으로 승리를

이슈를 선점하고 타 후보를 압도하는 초격차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의 경우 여당 이재명 후보의 ‘기본 시리즈’에 대한 차별화한 이슈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 기타 후보’의 프레임이 짜였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경제민주화’ 등 진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슈를 선점해 상대 당을 분열시키고 승리했다.

이 밖에 각 후보 진영은 내건 톱 슬로건에 시대정신을 담아내야 한다. 2002년 대선 때엔 ‘특권과 차별이 없는 새로운 대한민국’(노무현), 2007년 대선 때는 ‘실천하는 경제 대통령’(이명박), 2017년 대선 때에는 ‘사람 사는 세상’(문재인) 등이 시대정신으로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무당파·중도층 등 ‘스윙 보터’를 우군화해야 한다. 특히 2030 MZ세대는 무당파·중도층을 상징하는 세대다. 이번 대선 승패는 전체 유권자의 약 34%를 차지하는 이들의 선택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1997년 대선은 TV 토론, 2002년 대선은 인터넷, 2017년 대선은 SNS를 지배한 세력이 승리했다. 내년 대선에서는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세력이 유리하다.

미국의 유명 정치 컨설턴트 딕 모리스는 자신의 책 ‘파워 게임의 법칙’에서 “당장의 승리를 위해 원칙을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원칙에 입각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할 때 이상하고 불투명하며 불확실한 선거에서 승리에 다가갈 수 있다.

명지대 교수, 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 세줄 요약

비호감이 만든 ‘역대급’ 부동층 : 내년 대선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이상한 선거. 유력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호감도보다 월등히 높고, 아직도 투표 대상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과반이 될 정도로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움.

이상하고 불확실한 대선 : 안철수 출마로 대권 지형은 더욱 복잡다단해져. 지금의 불투명성이 계속되면 높은 정권교체 지수는 허상으로 끝날 수도. 여든 야든 승리를 위해서는 경험적으로 입증된 선거 원칙과 전략에 충실해야.

승리연합과 초격차 비전 : ‘승리연합’을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 이질적인 정치세력 간 연대나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제3지대를 품어내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해야 승리에 다가갈 수 있음. 상대를 압도하는 ‘초격차 비전’ 제시도 절실.

■ 용어 설명

‘승리연합’은 정당·정파들의 선거 승리를 위한 연합. 정치학자 윌리엄 라이커는 유력 정당이 의회 다수파를 형성하기 위해 의석 비율 과반에 가장 근접한 ‘최소 승리연합’을 시도한다는 가설을 제시.

‘딕 모리스’는 천재적인 정치 컨설턴트이자 빌 클린턴을 두 번이나 미 대통령으로 만든 책사. “전략가의 최대 적은 도그마다. 유연한 전술 운영만이 승리를 낚아챈다” 등의 수많은 책략을 만들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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