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아쉬움 미국의 시몬 바일스가 2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체조 단체전에서 도마를 마친 뒤 기권을 선언하고 동료 선수들의 경기를 근심어린 눈빛으로 살펴보고 있다. 바일스가 기권하면서 그의 6관왕 도전은 무산됐다. AP 연합뉴스

女단체전 도마 마친뒤 기권
美 대체선수 투입했지만 銀

바일스 “부상 아닌 스트레스
세상의 짐 짊어진것 같았다”

스포츠 스타들 SNS로 응원
“힘들어도 미소 잃지 않기를”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올림픽을 꿈꾸지만, 정작 올림픽 무대에 오르면 압박감이 따라붙곤 한다. 미국 여자체조대표팀의 간판이자 슈퍼스타인 시몬 바일스(24)가 단체전 도중 기권했다. 바일스는 압박감 탓에 정상적으로 경기를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바일스는 27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단체전에서 첫 종목인 도마를 마친 뒤 나머지 종목을 포기했다. 단체전은 3명씩 출전해 도마,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을 소화한다. 바일스는 도마에서 13.766점에 그쳤다. 바일스는 도마에서 평균 15점대를 받는다. 바일스는 2바퀴 반 회전 대신 1바퀴 반을 도는 난도 낮은 기술을 시도했고, 착지마저 크게 흔들렸다. 바일스는 도마를 끝낸 뒤 나머지 종목 포기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대체선수를 투입했지만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선수단에 밀려 은메달을 획득했다. 미국체조협회는 “바일스가 의학적인 이유로 단체전 남은 종목을 기권했다. 매일매일 바일스의 상태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일스는 취재진에게 “신체적인 부상은 아니다”면서 “오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5시간 30분 동안 (단체전을) 기다리면서 떨었다”고 밝혔다. 바일스는 숙소로 돌아간 뒤엔 SNS에 “쉽지 않은 하루였다. 가끔은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압박감이 내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지만 가끔은 힘들 때도 있다”는 글을 올렸다.

바일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4관왕(단체전·개인종합·도마·마루운동)을 차지했고 도쿄올림픽에서 6개 전 종목 석권을 노렸다. 바일스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25개의 메달(금 19, 은 3, 동 3개)을 수확, 역대 이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바일스는 경험 많고 기량이 탁월하며 세부종목에서 모두 ‘넘버원’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압박감, 스트레스가 발목을 잡았다. 단체전에서 이탈, 전관왕은 무산됐다.

전 세계 스포츠 스타들이 바일스에게 SNS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키아오는 “한 번 우승하면 언제나 챔피언이다. 바일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미국의 피겨스타 애덤 리폰은 “바일스도 인간이라는 것을 잊곤 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금메달리스트 미국의 미케일라 시프린은 “당신은 이미 금메달리스트이고, 아무리 힘들어도 미소를 잃지 않길 바란다”는 글을 보냈다. 그리고 미국 유니세프는 “정신 건강을 우선시해도 좋다는 것을 세상에 보여준 바일스에게 감사하다”는 글을 보냈다.

바일스는 남은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할 예정이다. 29일 개인종합 결승이 열리고 8월 1일 도마와 이단평행봉, 2일 마루운동, 3일 평균대 결승이 이어진다. 하지만 압박감을 떨쳐내고, 정서적인 안정을 찾지 않는다면 계속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여서정(19·수원시청)은 도마에서 바일스와 맞붙는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 남자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딸인 여서정은 지난 25일 도마 예선에서 14.800점을 받아 5위로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결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바일스는 예선에서 가장 높은 15.183점을 받았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