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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의 공정은 바라지도 않으니 과정의 공정이라도 지켜달라”

나주예 기자
나주예 기자
  • 입력 2021-07-0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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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0 MZ세대 보고서 - ‘불공정’에 민감한 MZ세대

경쟁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
남들의 ‘공짜 기회’에 억울
SNS로 여론 주도하며 논쟁


“원래 세상은 불공평하죠. 그런데 이 사회에 가장 없는 것이라서 더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게 돼요.”

개개인이 인플루언서(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나서며 행동하고 변화를 만드는 MZ세대가 가장 불편함을 느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슈는 ‘공정’이다. 사무직 직장인 김윤영(여·30) 씨는 “안 그래도 차별받으면서 지금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다 끼어들면 내 삶은 어떡하냐”며 공정에 목소리를 내는 MZ세대의 심리에 대해 설명했다. 이미 기회나 희망이 희박한 환경에서 결과의 공정은 바라지도 않으니 과정의 공정이라도 지켜달라는 요구인 것이다. 취업준비생 이은별(여·23) 씨 또한 “경쟁은 디폴트(자동 설정 조건)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도 그렇듯 나는 정규직 응시 기회조차 갖기 힘든데 남들에게 공짜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취업기회에 대해 물은 결과, 19∼29세의 9.5%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 42.3%는 ‘별로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또 30∼39세 응답자의 8.9%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 45.3%는 ‘별로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SNS의 발달 등으로 인한 지식과 정보의 공개성 확대, 각종 기술의 평준화가 청년세대가 공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인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90년대생들에 관해 다룬 서적 ‘공정하지 않다’(지와인)에 따르면 청년들은 다들 고등교육을 받으며 기술을 다루는 능력에도 큰 차이가 없어지면서 지식과 기술 측면에서 ‘쟤랑 나랑 다를 게 없다’고 느끼고, 그 때문에 아주 작은 차이로 관문을 통과하는 데에 더욱 민감해졌다.

특히 정보 교류가 활발해지며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의 문제’로 받아들여지기 더 쉬워진 측면도 있다. 사회의 각종 비리나 불공정성이 신문·방송 같은 전통적 매체에 비해 온라인과 SNS를 타고 훨씬 빠른 속도로 전파된다. 취업이나 재테크 같은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는 와중에 한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자신과 비교되는 타인의 불공정성을 바로 인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불공정한 자신의 현실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공정에 대한 MZ세대의 불만과 분노를 더욱 커지게 하고, 이들의 온라인상 집단행동으로 이어진다. 공정 같은 불만족스러운 이슈에 대한 공분 형성의 속도와 폭이 기성세대와 현저하게 다른 것이다. 진형익 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옛날에는 그리 관심을 안 가져도 되는 주변의 이야기였다면 SNS의 발달로 일자리, 부동산, 투자 등 사회정치적 이슈의 범위 자체가 넓어졌다”며 “치열한 경쟁과 공정에 민감한 MZ세대에게 이 같은 이슈가 더 자신의 이야기로 와 닿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MZ세대가 SNS로 여론을 주도하며 생기는 갈등이 커지면서 공정에 대한 이들의 논쟁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파급력 또한 과도하게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경찰청·GS25 등의 홍보물 속의 집게손가락 손 모양 그림으로 촉발된 남성 혐오 논란이 대표적이다. 해외유학 준비생인 김민하(여·29) 씨는 “요즘 MZ세대의 공정은 공정이라는 이름의 경쟁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SNS에서 논란이 됐던 젠더 갈등도 성차별 문제라기보다 자기 밥그릇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인데 현실적 판단 없이 SNS상에서 논란이 되면 분노하면서 또다시 경쟁의 굴레에 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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