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로고


통합 검색 입력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인물

“회사가 전부인 시대 갔지만 충분한 수당 주면 돌발 야근 가능”

허민 기자 | 2021-07-05 10:59



■ 2030 MZ세대 보고서

③ MZ의 직장생활 - “정년퇴직 기대 없다”

10명중 8명 “평생직장은 없다”
‘평생직업’위해 자기계발 매진

예측가능 일정·개인시간 중시
시간외 근무에도 일방 희생 안해

회식은 점심에 술 대신 커피
“개인 시간 빼앗기는 건 싫어
소속감 고취에도 도움 안 돼”


“회식 자리에서 취기가 오른 부장님이 ‘라떼’(나 때는 말이야) 얘기를 시작하면, 사회생활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죠.”

20대부터 60대까지 가장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 하루 절반 이상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그만큼 세대 간 갈등 문제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지난 4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꼴인 63.9%가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20·30대의 세대 차이 체감도는 각각 52.9%, 62.7%였던 반면, 40·50대는 각각 69.4%, 67.3%로 윗세대로 갈수록 느끼는 세대 차이의 정도가 컸다. 아랫사람은 아랫사람대로, 윗사람은 윗사람대로 세대 간 인식차로 인한 고충이 적지 않은 것이다.

◇“회사가 평생의 전부인 시대는 지났다” = 직장생활에 있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와 기성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더 이상 회사를 위해 무조건 희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성세대에게 직장은 ‘삶의 전부’였지만 MZ세대에게는 ‘삶의 일부’에 불과하다. 정년까지 한 직장만 다니는 것이 당연시됐던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이직을 염두에 두는 경향이 짙다. 5월 온라인채용 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771명을 대상으로 ‘현재 직장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직장인 10명 중 8명꼴인 81.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오늘날의 2030세대 직장인들은 ‘정년’이라는 개념을 갖고 살지 않는다. 자영업자 최다운(여·32) 씨는 “퇴직하고 몇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자기 능력치나 확실한 소득이 있는 게 아닌 이상 평생직장은 없고 그냥 안정적인 직장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정서영(28) 씨는 “대기업 중 평균 근속연수가 긴 곳이 18년인데 30세에 입사해도 48세엔 퇴사해야 한다”며 “평생직장은 더 이상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직 고려하지만 무작정 관둘 수도 없는 직장생활 = MZ세대는 이미 평생직업 시대로의 전환에 대비하고 있다. 여행사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급휴직 중인 정윤재(35) 씨는 평생 직업을 갖기 위해 사진 기술을 배우고 있다. 윤재 씨는 “(사진은) 나중에 내 업체를 직접 개업한다고 해도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며 “지인 회사에서 장비도 다 빌려주고 평생직업이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웹디자이너인 김애리(여·37) 씨 또한 “급변하는 사회에서 여러 회사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니 분위기도 다 다르고 알게 되는 것도 많았다”며 “평생직업은 있지만 평생직장은 없는 만큼 계속 내 능력을 계발해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만 언제 떠날지 모르는 회사라도 적절한 보상이나 가치가 있다면 회사를 위해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도 있다.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인 김규백(26) 씨는 20대가 불합리함을 못 견딘다기보다는 자기 시간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규백 씨는 “갑자기 야근하라고 하거나 주말에 나오라고 하면 못 하겠다고 하지만 돈을 준다고 하면 고려해볼 수도 있다”며 “야근이나 주말 출근을 못 한다는 게 아니라 그게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내 스케줄이 따로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요구하면 당황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명일(37) 씨는 “추가수당이 있다면 야근도 할 수 있다”며 “다만 맹목적인 희생은 아니고, 일주일에 1∼2번 정도 하는 거라면 가능하다”고 했다.

◇‘저녁 → 점심, 술자리 → 티타임’… MZ세대로 바뀌는 회식문화 = 주 52시간제 시행과 함께 ‘워라밸(워킹·라이프 밸런스, 일과 삶의 균형)’이 각광받으면서 MZ세대를 주축으로 직장 내 회식문화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MZ세대가 회식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퇴근 이후 개인 시간을 써서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석이 의무적이라면 MZ세대의 반감은 더 강해진다. 안다미로(여·36) 씨는 “일할 때 같이 있는 것도 지옥인데 회식을 해도 단합이 된다기보다 내 행실로 책잡힐 구실을 던져주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조서홍(여·24) 씨는 “회식이 근무시간도 아닌데 시간이 아깝다”며 “업무적으로 엮인 사람들과 일 끝나고 나서도 같이 있어야 하는 게 괴로울 것 같다”고 했다.

저녁 시간 할애를 기피하는 MZ세대로 인해 점심 회식도 활발해지는 추세다. 참석 또한 의무가 아니며, 술 없이 식사 후 티타임만 갖기도 한다. 프리랜서인 애리 씨는 “저녁 회식에 내 시간을 쓰고 싶지 않으니 점심 회식이 많고 꼭 참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요리연구가인 신나라(여·35) 씨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개인당 복지카드를 받아 가고 싶은 식당에 가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고 한다.

관리자 위치에 오른 일부 MZ세대는 아예 회식을 없애기도 한다. 요리사인 박명준(35) 씨는 주방 실장이 되면서 달마다 회비를 걷어 진행했던 정기회식을 중단했다고 한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이며, 스트레스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명준 씨는 “퇴근하고 나서 내 개인 시간이 필요한데 굳이 회사 사람과 12시간씩 같이 있는 것도 모자라 술까지 마셔야 하냐”며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회식하라고 했고 의무적인 회식은 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콘텐츠 회사 대표인 이준원(31) 씨 또한 “회식과 워크숍이 소속감 고취와 업무에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별기획팀 = 허민 전임기자, 박준희·나주예 기자, 안수교 인턴기자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관련기사

많이 본 기사 Top5

핫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