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수본 보고받는 총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LH 투기 의혹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남구준(오른쪽)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보고 자료를 받아보고 있다. 김호웅 기자

합조단 조사는 개인동의 필수
대상자 거부땐 아무것도 못해

檢내부 “강제수사 필요한 사안
수사권 조정으로 지켜볼 밖에”

“돈되는 땅·돈 흐름 봐야하는데
드러난 차명만 뒤지는 겉핥기”

정부 합동조사단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개발지 투기 의혹을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해 전모를 밝히기 위한 대대적인 조사에 돌입했지만, ‘수박 겉핥기식 수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법조계와 경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전국 고검장 회의가 열린 8일 오전 검찰 내부에서는 정부의 이번 합동조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부동산 투기 수사는 ‘돈 되는 땅’을 전수조사하고 매입 자금을 따라가야 하는데, 정부가 지정한 조사 주체와 조사 방식으로는 혐의가 ‘드러난 사람’에게 국한될 수 있어 맹탕 수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뒤늦게 국세청을 포함했지만,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은 여전히 제외돼 주먹구구식 졸속 ‘셀프 조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를 발본색원하기 위해선 부동산 범죄에 정통하고 수사 재량이 큰 검찰이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법조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정부 합동조사단의 전수조사는 ‘행정조사’에 그쳐 대상자들이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으면 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토부·LH 내부에선 직원 가족들의 동의서 제출 거부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부동산 투기는 돈과 사람을 쫓아야 하는데, 정부의 이번 조사는 이미 드러난 사람만 보겠다는 것”이라며 “조사가 빙산의 일각에 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검찰 수뇌부도 “반부패 수사 역량 악화”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이날 오전 ‘검찰총장 부재’ 비상사태 대응을 위해 전국 고검장 회의를 가진 고검장들은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을 도입하면 반부패 수사 역량이 와해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검찰 내부에선 “LH 투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강제 수사가 불가피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과 최근 수사청 논란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검찰은 올해부터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중대범죄에 한해서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현 정권이 검찰에 수사를 맡기고 싶겠냐”면서 답답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반면 남구준 본부장 취임 이후 수사력을 검증할 첫 시험대에 오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산하 주요 3개 부서를 모두 투입해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단(특수단)을 새롭게 편성하는 등 총력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고발된 임직원 10여 명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하고 있어 드러나지 않은 투기 의혹 검증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추가 수사 의뢰가 접수될 가능성이 있지만, 우선은 최초 의혹이 제기된 10여 명을 관련자로 특정하고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이들의 증거인멸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르면 이번 주 내로 통신 영장 등을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현행 국수본 특수단을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까지 참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로 확대 개편하라고 지시했다. 민간부문의 차명 거래, 미등기 전매 등 불법 행위도 철저히 수사하라는 의미다.

김성훈·박정민·이희권·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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