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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 짓밟는 의원 겸직 장관 남발

기사입력 | 2021-01-26 11:49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20일 발표된 3개 부처 신임 장관 중 2명이 현역 국회의원이다. 현재 18개 정부 부처 중 의원 겸직 장관이 6명이나 된다. 따져 보니 문재인 정부 장관 중 임명 당시 현직 의원인 경우가 모두 18명이다. 현역 의원 겸임 장관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각 10명, 박근혜 정부 11명보다 더 훨씬 더 많다. 정치개혁을 외치는 현 정부에서 오히려 비판의 대상인 의원 겸직 장관이 늘었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대통령제 권력체제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에 위배된다. 입법부의 고유 기능은 법률 제정과 함께 행정부에 대한 견제다. 국회의원이 장관직을 겸하게 되면 의원직을 수행할 수 없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우 20대 국회의원이 된 지 1년이 지난 2017년 6월부터 장관을 겸직한 약 3년 동안 법률안을 한 건도 대표 발의하지 않았다. 2018년과 2019년 10월 말까지는 의원으로서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한 적도 없다. 겸직이라지만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실제로 의원직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겸직 장관 수만큼 의석이 줄어든 셈이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현직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하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다. 국회의원들은 선거를 치르면서 나름대로 인사 검증이 이뤄졌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작다. 또한, 청문위원들은 동료 의원인 장관 후보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정서를 가지기 때문에 국회 청문회 통과가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청문회 통과보다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전문가나 관료들보다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겸직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 방향에 동의하고 대통령의 정책을 밀어붙일 의지를 가지고 있다. 장관 겸직으로 발탁된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정치 이념과 정치적 상황 판단을 공유하고 있는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원칙을 우선시하는 행정관료들과 차별적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에 대한 일반적 설명이다. 왜 문 정부에서 장관 겸직이 더 많아졌는지를 따져 보자.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비판이나 반대 의견에 대한 수용성이 낮다. 따라서 중요 공직을 충원할 때 전문성이나 행정 능력보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지를 매우 중요시한다. 대통령의 정치 이념에 동조하는 인물을 장관 후보로 찾는다면 현직 여당 의원들보다 더 적합한 인물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겸직 장관들은 정책을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원인도 정치인 출신 장관이 정치 이념에 얽매여 현실을 외면하고 부적절한 대책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행정의 자율성을 위축시킨다. 관료의 전문성에 기초한 정책 수립과 집행보다 정치논리가 우선하게 되면 자칫 국가이익보다 집권 세력의 이해관계가 중시될 위험이 있다. 또한, 부처의 자율성이 약해지고 청와대 내부에서 정책 결정을 독점하는 권력 집중 현상으로 이어진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이 가능해진 것은 1969년 3선 개헌 이후다. 행정부의 입법부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3선 개헌에 대한 여당의 지지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긍정적인 제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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