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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준비 선행돼야 할 시·도 통합

기사입력 | 2020-11-20 11:36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前 경남연구원장

최근 들어 몇몇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도 간 행정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표면화된 지역은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그리고 부산·경남의 세 지역이다. 그런데 이들 모두 어떤 형태의 통합 광역단체를 지향하는지는 서로 다르고 그 형태 또한 아직 명확지 않다. 다만, 대체로 일치하는 것은 2022년 지방선거 전에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도 통합은 개헌에 맞먹는 국가 통치구조가 완전히 바뀌는 국가 중대사이자 정치 구조와 사회 구조까지도 바꿀 만한 엄청난 국가 대개조 차원의 문제다. 논의 자체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행정구역의 적정 규모에 관해서는 행정구역 분리론과 통합론이 팽팽히 맞서 있다. 분리론은 주로 지역의 자치성과 분권성을 통한 지역 주민의 자율적 선호의 최대한 반영이라는 민주성 확보가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통합론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제력 가치를 키워 행정관리의 효율성과 지역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세 광역단체의 통합 추진은 모두 지역 경제 규모를 키워 서울·수도권에 맞먹는 경제력을 갖춰 지역 발전 확대로 연결한다는 후자의 의미인 듯하다. 하지만 추진 상황을 보면 너무 성급하게 논의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국내외 정치·경제 질서와 사회 환경이 변하면 국가 통치구조나 행정 구조 역시 바뀔 필요가 있으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시·군 통합에 관한 법률은 있어도 시·도 통합에 관한 근거 법률도 없고,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런 사례도 없다. 서구 선진국에도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현행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법률을 몇 개 조항만 보완하면 된다지만 어불성설이다.

또, 흔히 통합론자들이 들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의 사례는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과 차이가 있어 이들 국가의 통합 모델을 그대로 수용할 수가 없다. 더구나, 영국은 비대하고 거대한 수도권 지역에 대항하고자 통합 광역지방정부를 만든 것도 아니다. 통합 후 전체 재정 규모가 늘어나고 인구가 증가하고 각종 중앙정부 인센티브가 늘어나서 지역 내 생산 규모가 증대돼 수치상으로는 갑자기 지역 내 주민 개개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소득 수준이 당연히 증가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너무 큰 비약이다. 광역단체끼리 통합됐다고 갑자기 시골 읍·면 단위의 농촌 마을 인구가 몇만 명으로 늘어날 수도 없고 개별 농가소득 수준이 갑자기 대도시 중위소득 수준 이상으로 올라갈 수도 없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군(郡) 단위 소도시 통합에도 대개 5∼10년이 걸린다. 광역단체들은 통합 후의 최종 모델은 어떤 형태인지 그리고 소속 시·군 개편 문제, 역내 교육기회의 형평성 문제, 효율적인 공무원 관리 및 배치 문제, 지역 내 균형발전 및 소득 격차 해소 문제 등 큰 난제들에 대한 최선의 합리적 대안을 마련한 다음에 통합 논의를 해야 한다. 추진하면서 생각해 본다는 안이한 접근으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공학적 이해관계에 함몰된 시·도 통합 논의는 성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그들만의 관심사일 뿐이다. 대다수 평범한 지역 주민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간이 걸려도 좀 더 충분한 연구와 사전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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