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화학무기 보유국 北 앞에 두고 장병 8만 명 폐품 화생방보호의 지급
홍영표 의원, 상황 발생시 장병 8만 명 화생방작용제 노출 지적...보유율 84.1%
지난해 신품 보급 전면 중단...구형 보호의 재납품으로 땜빵

적 화생방 공격 위협에 대비해 장병 생존성을 높여 전투력을 보전하는 핵심 무기체계인 우리 군의 화생방보호의 보유율이 84.1%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화생방 상황 발생 시 최대 8만 명의 장병이 제 성능이 발휘되는 화생방보호의 없이 화생방작용제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세계 3위 화학무기 보유국인 북한의 화생방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군이 최소한의 개인보호 체계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화생방보호의 보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화생방보호의는 적정 소요 대비 15만 벌이나 부족했다. 핵심무기체계인 화생방보호의 보유량이 적정 소요량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같은 부족 사태는 2019년 전력화를 목표로 추진된 신형 화생방보호의 사업이 중단되고, 신품 보급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각 군에는 단 한 벌의 화생방보호의도 보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군별로 살펴보면 육군은 2018년까지 신규 공급이 이뤄졌지만, 공군은 2016년 이후 4년째 보급이 중단됐다. 해군과 해병대는 2017년부터 보급이 끊겼다.

초유의 화생방 전력 공백 사태를 맞아 군은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미봉에 그치고 있다. 군은 2019년 성능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폐기하게 돼 있는 불합격품을 합격품과 동등하게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홍 의원 측은 “이대로라면 유사시 장병 중 누군가는 성능이 발휘되지 않는 폐품을 입게 되고, 부대 지휘관들은 누구에게 폐품을 입힐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게 됐다”고 밝혔다.

화생방보호의 보유율 하락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신규 보급이 끊긴 상황에서 매년 더 많은 물량의 화생방보호의가 폐기되기 때문이다. 저장수명 5년의 화생방보호의는 3년마다 신뢰성 평가(CSRP)를 거치고 불합격시 폐기토록 규정됨에 따라 2019년 불합격 수량은 전체 보유물량의 10%에 가까운 9만 여벌에 달했다. 불합격 수량 급증 이유는 현재 보급된 화생방보호의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수명이 초과한 화생방보호의의 기간별 수량을 살펴보면 ▲20~30년 초과 31.8% ▲10~20년 초과 31% ▲5~10년 초과 3.8%로, 5년 미만인 화생방보호의는 33.4%에 불과하다. 특히 해병대는 노후화가 가장 심각했는데, 수명이 20~30년을 초과한 보호의가 무려 절반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이 불합격품을 폐기하지 못하게 된 상황에 처하게 된 일차적 원인은 2011년부터 추진된 신형 화생방보호의 사업의 실패 때문이다. 홍 의원은 “화생방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보호장구조차 확보하는 데 실패한 군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며 “방산비리와 부실한 사업관리가 국방에 얼마나 치명적 결과를 불러오는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