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사정기관 총출동 홍남기(왼쪽 세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 참석한 김창룡(왼쪽부터) 경찰청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 부총리,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김현준 국세청장,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호웅 기자

설익은 대책에 ‘말장난’만
국민 불편엔 “헤아려 달라”

反시장 감독기구 강행하며
또 한번 실험대상으로 삼아

정부가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구성의 오류’라는 한 마디로 덮어버렸다. 시장 원리와 국민의 불만을 반영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중과세·대출제한 등의 규제책은 물론, 지역과 소통도 없었던 공급대책까지 탁상행정을 남발한 주체의 변명이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야 할 판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정책 전환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실패한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권식’의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를 통한 반(反)시장적 조치에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또다시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올려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12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언급한 ‘구성의 오류’를 두고 시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특성이라기보다는 부동산 정책 실패의 핑곗거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홍 부총리는 “시장 특성상 개인의 합리적인 행동(자산 증식을 위한 주택 구매)이 전체로는 합리적이지 못한 결과(부동산 가격 폭등)를 가져와 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일종의 ‘구성의 오류’가 발생한다”고 말하며, 이런 구성의 오류를 해결하고자 정부가 규제책을 써왔다고 해명했다.

서울·수도권 부동산이 안전자산이자 자산형성의 가장 좋은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 문재인 정부 3년간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부족한 주택공급을 하라는 시장의 지적에 대해서도 “공급은 충분하다” “(가격급등은)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무시하고 규제대책만을 23차례 남발한 정부가 오류를 만든 셈이다. “국민 한 분한 분 사정”까지 언급하며 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모습은 오히려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하는 발언에 다름이 아니다. 동시에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주택시장 안정, 집값 상승세 진정” 발언에 분노하는 국민을 의식한 형식적 발언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날선 지적이다.

‘규제의 정점’으로 인식되는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사유재산인 주택·토지 거래를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조사하는 방식에 시장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구상 중인 이 기구는 기존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대응반)을 확대·상설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대응반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국감정원의 ‘실거래상설조사팀’과 함께 주로 실거래 기획조사를 추진하고 부정·불법 행위 적발 시 이를 관계기관으로 조치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시의성을 갖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같은 거대 조직화는 어렵고 국세청(세제), 금감원(대출)에서 전문인력을 지원받는다는 계획이다. 현장에서는 사인 간 거래에 해당하는 부동산 거래 전반을 정부가 별도 기구를 만들어 감독·단속하는 자체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높다. 국토부가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 활동현황’에 따르면 ‘부동산 대응반’이 지난 2∼7월 내사 완료한 110건 중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건수가 절반(5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식 수사가 이뤄진 입건 수는 18건에 불과했다. 별도 감독기구 설치가 과도한 시장개입과 더불어 전시성 행정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정민·김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