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물량 공급이 만병통치약? 되레 ‘도심슬럼화’ 가속화 우려

‘8·4 대책’에 이유있는 반발
관리되지 않는 공공주택으로
기존주택 자산가치 떨어뜨려

정부·여당의 ‘8·4 부동산 공급대책’을 두고 공공성 강화에 집착한 나머지 공공임대·분양 물량을 대폭 늘릴 경우 도심 슬럼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리되지 않은 무분별한 공공주택 물량 공급이 기존 민간 주택들의 자산가치도 떨어뜨릴 수 있기에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정부·여당 및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8·4 대책을 통해 공공재건축으로 5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공재건축 시 용적률 완화(최대 500%) 및 층수 제한 해제(50층까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신규 공급 물량의 70∼90%를 공공물량(임대·분양)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또 신규 택지 발굴 지역에도 공공물량을 대거 배정한다. 이 같은 정부의 공급계획에 대해 민간 재건축 조합은 물론 신규택지 발굴 지역의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모습이다. 신규 발굴된 상암 DMC와 과천 정부청사 운동장이 있는 유동균 마포구청장과 김종천 과천시장은 공개적으로 반대를 천명했다. 일각에선 ‘지역 이기주의’ ‘지나친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라고 지적하지만, 대체로는 예상된 지역주민들의 반발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공공물량 공급은 급속한 지역 슬럼화를 불러오는 등 도심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자산가치가 높은 부동산의 성격상 기존 주민들은 재산상 손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미국 뉴욕시가 과거 공급한 공공임대 아파트의 슬럼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의 낡은 공공임대 아파트들이 혐오시설화된 경우가 적잖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체 임대가구 25%가 공공임대에 살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더 나은 환경”에서 살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주거 욕구를 부정하는 발언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공임대·분양을 제대로 관리하고 슬럼화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지방자치단체의 관리와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등 추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대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상의 부동산 전문 카페 등에서 공유되고 있는 서울 삼각지와 서교동에 짓고 있는 청년주택 사진을 두고 사람들은 “공공주택의 문제점을 모두 안고 있다”며 “가구 수 확보에만 치중해 도심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못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물량 확보에 치우친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은 도심 미관 훼손은 물론 슬럼화도 가속화시킨다”며 “민간 주도의 재건축을 통해서만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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