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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2020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3.3%나 됐다. 이는 외환위기로 인하여 -6.8%를 기록했던 1998년 1분기 이후 최악의 수치다. 이런 추세로 가면 올해 성장률은 한은이 예상한 -0.2%보다 훨씬 더 낮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록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보인 데에는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전분기 대비 16.6%나 감소한 탓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소비와 생산활동이 줄고 각국의 봉쇄정책으로 생산과 이동, 교역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 전망도 밝지 않은 데 있다.

그러나 비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이 난관을 극복할 출구를 찾아야 한다. 불황이라고 해서 모든 산업이 침체하는 건 아니다. 어떤 산업은 오히려 크게 부상하기도 한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에 ICT 플랫폼, 바이오헬스 산업, 모바일 헬스케어 등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그 출구를 찾을 수 있다.

그 출구를 찾는 주체는 기업과 기업가다. 기업가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찾아 이윤을 얻으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업가는 세계 곳곳의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파악하고 비교해 가며 시간과 장소, 그리고 이윤 기회 등을 포착하고 만들어 내면서 가장 필요한 곳에 재화와 자원을 보내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 시장에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가치가 창출되고 경제가 성장한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희망을 걸 수 있는 곳은 기업과 기업가다. 기업과 기업가의 활동은 기업 환경이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의 기업과 기업가들이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이런 데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돈만 풀면 경제가 살아나는 듯이 돈을 풀고 있다. 기업활동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기업 활동을 옥죄는 각종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전속 고발제 폐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해고·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가능케 하는 노조법 개정안, 대형 유통업체 규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 중소 유통업 특별법 제정안, 이익공유제를 담은 법안 등을 발의 또는 입법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돈을 풀어봐야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풀린 돈은 기업의 투자나 실물부문으로 가는 게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시장으로 몰려가 자산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뿐이다. 정부는 코로나 충격이 본격화한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120조 원이 넘는 돈을 풀었다. 대부분 적자 국채로 조달했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1.7배나 많은 돈이다. 실제로 그렇게 많은 돈이 풀렸는데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오직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만 폭등하고 있는 현실은 이 사실을 잘 보여준다.

갈수록 악화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는 미증유의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위기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과 기업가의 활동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야만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기하고, 법인세 등 세금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는 노동개혁을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