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웃음이 나오나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진성준 의원이 MBC ‘100분 토론’ 종료 후 한 발언과 관련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웃음을 짓고 있다. 김선규 기자

與 진성준 의원 발언 파문

본 방송중 “근본적 처방 됐다”
옹호입장과 상반된 발언 송출

“정부 한계·마지막 1분만 볼걸”
방송사 홈피 등에 비판 넘쳐나

“그래도 집값, 안 떨어질 겁니다.”

1시간 30여 분간의 진지한 토론은 결국 ‘쇼’ 같았다. ‘진짜’는 막이 내린 후에 불쑥 튀어나왔다. 16일 밤 방송된 MBC ‘100분 토론-집값, 과연 이번엔 잡힐까’에 진보 측 인사로 출연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론 종료 후에 그만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원래는 마이크가 꺼지고 비디오만 나가야 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오디오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보수 측 토론자로 출연한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이 “(부동산 가격) 떨어지는 게 국가 경제에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그렇게 막 떨어뜨릴 수가 없다”고 말하자, 진 의원은 “그렇게 해도 (집값) 안 떨어질 겁니다”라며 “부동산이 뭐 어제오늘 일인가”라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앞서 100분간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을 적극 설명하고 “이제야 부동산 정책의 원칙이 확립될 때가 왔다”고 주장한 끝이었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었다. 이날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21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부동산 투기를 통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도록 하겠다”며 집값 안정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던 것을 곧바로 뒤집은 셈이다. 더구나 진 의원은 주택, 토지, 건설, 교통 등을 담당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다. 이에 김 위원이 “아니, 여당 국토위 위원이 그렇게 얘기하시면 국민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하자, 진 의원은 침묵했다.

MBC의 실수였는지 모르지만 이 같은 발언은 엔딩 자막과 함께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MBC는 ‘다시보기’를 통해 이날 방송을 서비스하고 있으나 문제의 발언이 포함된 마지막 부분은 삭제된 상태다.

이날 토론에는 7·10 부동산 대책과 향후 전망에 대해 진보와 보수 진영의 토론자가 2명씩 출연해 격론을 벌였다. 진보 측 토론자는 진 의원과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보수 측은 김 위원과 송석준 통합당 의원이 출연했다.

진 의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그동안 핀셋이나 제한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이제는 근본적인 처방이 됐다”면서 “1가구 1주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헌법에 1가구 1주택 원칙을 박아넣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부동산 통계와 비교하며 이번 정부에서 악화한 게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100분 토론’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 댓글 창에 진 의원의 발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책임질 대상으로 다주택자를 겨냥한 무능한 정부의 한계” “사기정책?”이라며 질타했다. 유튜브 채널 댓글 창에는 “1시간 반 동안 그렇게 전투적으로 싸워놓고 방송 끝나니까 웃으면서 ‘부동산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겁니다’라고 얘기하는 거 무섭다” “마지막 1분만 보면 되는 걸, 1시간 30분이나 떠들고 있네”라고 지적했다.

한편 진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저의 발언은 정부의 대책이 소용없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집값 하락이라는 과장된 우려로 부동산 투기에 대한 규제를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현행 부동산 대책에는 투기 자본이 조세 부담을 회피해 빠져나갈 정책적 구멍이 아직 남아 있으며 앞으로 이 구멍을 촘촘하게 메워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