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한국 내 확진 환자가 20일 또 무더기로 추가돼 오전 기준 82명에 이른 것은 문재인 정부의 방역망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추가 확진 환자가 감염 경로를 모르는 4명을 포함해 하루에만 22명이 확인된 19일에도 질병관리본부는 “슈퍼전파자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슈퍼전파 사건은 있었다고 본다. 종합적으로 유행의 전파 양상을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확진된 ‘지역사회 감염 추정’ 31번 환자가 추가 확진자 다수와의 연관성이 드러났기 때문에 슈퍼전파자인지, 아닌지 등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국민 불안(不安)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문 정부와 여당(與黨)이 자화자찬을 거듭하는 것은 어이없는 차원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내 확진자가 53명으로 늘어나고,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만 7명에 이른 이 날도 당 회의에서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이 됐는데, 그동안 정부도 열심히 했고 국민도 잘 대응하고 있다”며 유체이탈 화법을 보였다. 구멍이 숭숭 뚫리다 못해 사실상 무너진 방역망, 고열 증세가 나타난 환자가 의료진의 3차에 걸친 검사 권유까지 거듭 거절하고 다중 시설을 돌아다니며 감염원이 되다가 뒤늦게 확진 받은 사실 등은 없는 일인 듯이 외면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낯 뜨거울 언사(言辭)가 공공연하다.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제사회도 한국이 감염병 확산 차단에 대해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부 언론을 통해 지나치게 공포나 불안이 부풀려져 경제 심리나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아쉬움이 남는다”며 경제 위기도, 방역 부실도 모두 언론 탓으로 돌린 왜곡과 무책임의 연장선일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 문 정부도, 여당도 4·15 총선 표심을 노린 ‘책임 회피용’ 자화자찬이라는 의심을 자초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