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계·법조계 ‘2차 학살’ 반응

“정권 향한 수사 본격화 하자
윤석열 총장과 협의없이 전횡
인사권 남용, 헌법 위반 소지
수사검사교체, 외압 논란 일듯”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등 ‘살아있는 권력’의 핵심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봉쇄하고자 ‘검찰 물갈이 인사’와 직제개편 등을 강행해 법조계와 법학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 “조직폭력배보다 못한 행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헌정 유린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는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비롯해 권력 측근 비리에 대한 감찰무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부정입학 의혹 등이 이대로 묻히도록 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23일 법무부의 ‘2차 검찰 학살 인사’ 발표 직후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가 조직폭력배보다 못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청와대는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내용의 구체성이 없다’고 대응했는데, 실제로 구체성을 갖춰 발부된 영장을 가리켜 그렇게 표현한 것은 조폭 같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또 조 전 장관 일가 의혹에 연루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해 “최 비서관은 소환 여부 등 기초적 사실관계를 갖고 검찰과 대립하는데, 청와대가 검찰과 그런 걸로 다투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권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하니까 윤석열 검찰총장과 협의도 없이 막무가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 위반 소지도 있어 보인다”며 “불과 지난번 인사까지 검찰 소속 검사 인사문제는 검찰총장 의견을 존중해 왔는데, 이번엔 비합리적이고 자의적으로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금 상황은 지난 정부 말의 ‘최순실 사태’와 비슷한 면이 있다”며 “어떻게 보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청와대에서 ‘검찰에 재갈을 물리는 것으로 일은 끝난다’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국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점, 그 점을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급 출신 법조인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날 단행된 검찰 후속 인사와 앞서 단행된 ‘1·8 학살 인사’ 등에 대해 “청와대는 정기적인 검찰 인사라고 하지만, 중대한 수사 국면이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인인데 중간에 검사들을 교체하면 외압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전 정권에서는 민감한 사건이 있으면 (청와대가) 속으로는 불편해도 일절 내색을 안 했다”고 설명했다. 이 법조인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수사’도 그렇고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도 대통령의 아들을 수사했지만 청와대는 관련 언급을 안 했다”며 “수사의 공정성에 의혹이 생기기 때문에, 내심 불편했겠지만 외부적인 언급을 안 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송유근·서종민·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