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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대장

새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와 연초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거듭 강조했다. 교착 상태인 미·북 비핵화 회담 재개를 낙관하고 이를 위한 촉진자 역할을 내비쳤다. 아울러 개성공단과 개별 관광 등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미·북 대화에 선순환적인 효과를 낳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은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쉽게 복귀할 것이라는 허망한 꿈을 꾸지 말고 자중하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해가 바뀌었지만, 한반도 안보 상황은 안갯속이며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문 정부는 3회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군사합의를 통해 남북 대결 구도를 평화 구도로 전환하고자 했다. 그러나 북한은 적대적 태도와 미사일 발사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외무상도 대남 강경파 리선권으로 교체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는 미·북 정상이 3차례 만났는데도 답보 상태이며,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에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북핵 문제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안보상 가장 임박한 도전’으로 평가하고 있어 대화가 아닌 군사적 옵션을 들고나올 가능성에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대내외적 안보 환경은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 결코 우호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문 정부는 대북정책을 냉철히 재검토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북한과 통일, 경제 협력, 인도적 지원을 함께 논의하고 푸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 무력도발을 빈번히 자행하고 있는 실체적 주적(主敵)으로서, 이 시간에도 엄연히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안보 위협이 줄어들지 않고는 통일과 경제 협력, 인도적 지원 등이 논의되고 이행될 수 없음을 지금까지 남북관계 역사가 잘 말해 준다. 안보 위협 해소가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충분조건이며 선행적 상수다. 북한이 주는 안보 위협의 중심(center of gravity)은 고도화된 북핵이다. 생존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북핵을 제거하는 데 해답이 없고 진척이 없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어떠한 협력이나 지원도 쉽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한 가운데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 제재와 병행해 대화의 문을 열어 놓고 북한 태도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

대북정책의 기조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일치돼야 한다. 이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초점을 흐리게 해선 안 된다. 또한, 대외적으로 국제사회로부터 호응과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계속돼야 하지만, 북한에 현금(cash)이 유입될 수 있는 개성공단과 개별 관광 재개 등은 북핵 문제 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

비핵화 협상에 시너지가 발휘되도록 미국과 빈틈없이 공조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 남북 당사자끼리 주도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 북한으로부터 받는 안보 위협의 실체를 직시하고, 냉엄한 국제관계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올인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한반도의 안보 불안을 제거하고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요체가 북한 비핵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