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23일 0시)를 하루 앞둔 21일 오전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미·일 간 다양한 경로로 접촉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나 종료 연장 조치 없이 파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 역시 종료 쪽으로 가닥을 잡고 미국의 반발 등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NSC 상임위 회의는 매주 목요일 정례적으로 열리는 회의지만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열리는 마지막 회의인 만큼 청와대와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관련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관례적으로 오후에 열리는 회의를 오전으로 당겨 연 것은 일부 참석자의 국회 회의 참석 등의 이유와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한·미·일 간 물밑 접촉에 대비하기 위한 이유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SC 상임위 회의는 일상적으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다.

하지만 주요 회의의 경우 전체회의로 전환해 NSC 의장인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기도 하는데, 이날 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 관련 어떠한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뒤집을 만한 명분이 없기에 종료 후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백악관 인사들과 접촉하고 온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방미 성과도 공유하고 지소미아 유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미국을 최대한 설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지소미아의 종료·유지 결정 발표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종료 결정이 갑자기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어떻게 종료할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다시 한 번 공개적으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배경 등을 설명하는 방안, 혹은 특별한 절차 없이 종료시키는 방안 등이 선택지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21일 오후나 22일 중 문 대통령이 나서서 지소미아 종료 관련 정부의 최종 입장을 정리하는 방안도 조심스레 제안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막판까지 한·미·일 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위한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미리 모든 가능성을 닫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불만이 많은 미국이 어떤 식이든 실망감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의 조치를 예견해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