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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어느 도지사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자신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지난해 우리 도내의 공립학교에서는 모두 1000명의 정규직 교사를 신규 채용했습니다.” 그러자 청중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얼마나 훌륭한 정치인인가. 교육은 한 나라의 경제발전을 추동하는 핵심 정책과제다. 게다가 이 도지사는 고용 창출에도 적극적 노력을 다한 것이다. 하지만 도지사가 애써 입을 다문 대목은 따로 있다. 같은 연도에 퇴직한 교사가 모두 1300명이었다는 점이다.

어느 경제부처 장관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노동자 작년 평균 연봉이 4000만 원으로 무려 50%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와, 이보다 더 즐거운 소식이 있을까. 내 주머니에 돈이 50%나 더 들어오다니. 그런데 좀 찜찜한 기분이 남는다. 작년보다 50% 증가했으면 물론 대박이다. 하지만 시계열로, 즉 비교 시점이 10년 전이라면? 인플레이션을 공제한 실질임금 증가율은 자칫 마이너스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통계를 ‘술 취한 사람이 가로등 활용하듯’처럼 조명이 아니라 지지대로 사용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모든 통계 숫자는 앞뒤 면을 동시에 살펴 보거나 기준연도를 확인해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의 통계청장이 노동 및 경제정책 수립에 필요한 통계치를 발표하면서 준거 시점을 참고하지 말라는 황당한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최근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수가 작년보다 87만 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자 작년과 비교하지 말라며 스스로 통계무용론을 주장한 것이다. 해명도 가관이다. 설문 대상자들의 기분을 묻는 식으로 조사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과도한 숫자가 비정규직으로 분류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규직 근로자가 전년 동기에 비해 35만3000명 감소한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 급증에 따른 상대적 효과라는 ‘거꾸로’ 식 해명마저 흘러나온다.

‘새빨간 거짓말, 통계’라는 책에는 통계의 속임수를 피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열쇠가 나온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누가 통계를 발표했는가’이다. 이럴 줄 알았다. 강 청장은 통계청장에 발탁되기 전에 “최저임금의 긍정 효과가 90%”라는 ‘통 큰’ 분석과 주장을 했던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