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남북 군사합의, 북한 미사일 도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입 문제 등과 관련해 수 차례 대북 저자세 논란을 자초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21일 국방부 국감에서 하태경 의원이 “NLL(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5개 섬인 장재도·갈도·무도·아리도·함박도가 2015년 이후 북한의 공격형 기지로 바뀌었다”고 지적하자, 정 장관은 “적을 이롭게 하는 자료”라고 주장했다. NLL 인근 북한군의 전력 강화 질의를 이적(利敵)인 양 몰아붙인 것이다. 논란이 되자 “이적행위라고 표현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국어 능력부터 문제다.

이적의 근거로 정 장관은 “군의 정보 능력을 노출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NLL 접경지대에서의 군사시설 확충을 한국군이 인지하지 못했다고 북한도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결국 국민한테만 쉬쉬 하겠다는 발상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도 없었던 ‘안보 눈속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보를 책임진 공직자라면 북한의 전력 강화를 알리고, 대국민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정상이다.

북한의 해안포 개방은 9·19 남북 군사합의의 명백한 위반임에도 정 장관은 “개방될 때가 있지만 우리에게 적대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 안보가 아니라 북한 입장 두둔에 급급한 행태다. 해병대사령관의 ‘함박도 초토화’ 발언과 관련, 정 장관은 “감시 장비와 시설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북한 눈치 보기가 아니라면 무인도인 함박도를 놓고 그렇게 해명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사람이 문 정부의 국방장관이다. 다른 사람은 대북 굴종을 하더라도 국방장관만은 그래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