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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조부와 그린서 통화한 챔프 “가장 위대한 우승”

기사입력 | 2019-09-30 15:24

아버지가 건네준 휴대전화로 할아버지와 통화하는 챔프.[AP=연합뉴스] 아버지가 건네준 휴대전화로 할아버지와 통화하는 챔프.[AP=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2승 고지에 오른 장타자 캐머런 챔프(23·미국)의 뭉클한 가족 사랑이 주목받고 있다.

30일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1타차 우승을 차지한 그는 “앞으로 두 번 다시 우승하지 못하든, 무수한 우승을 거두든, 이번이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우승”이라면서 “할아버지께 우승을 바친다”고 말했다.

챔프의 할아버지 맥 ‘팝스’ 챔프(78)는 대회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파밸리에서 1시간 거리 새크라멘토의 집에서 손자의 경기를 TV로 지켜봤다.

맥은 말기 위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아 호스피스 간호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조차 삼키지 못할 만큼 병세가 나빠졌다.

챔프의 아버지 제프는 “곧 돌아가실 것이라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 걱정은 접어놓고 대회에 집중하라”고 당부했지만 챔프는 대회 주최측에 양해를 구하고 프로암을 빠졌고 연습 라운드마저 건너뛰고 할아버지 옆을 지켰다.

아버지 제프와 어머니 리사는 대회 기간에 대회장과 집을 여러 번 오갔다.

할아버지 맥은 챔프를 골프 선수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맥은 손자가 두살 때 장난감 골프 클럽을 손에 쥐여 줬다. 골프에 재능을 보이자 물심양면으로 손자를 뒷바라지했다.

350야드는 가볍게 쳐내는 챔프의 어마어마한 장타 본능을 일깨운 것도 할아버지 맥이었다.

그는 어린 챔프에게 있는 힘껏 볼을 치라고 주문했다.

챔프는 지난 시즌 장타왕(평균 317야드)에 올랐고 이번 대회 우승을 결정지은 최종 라운드 18번홀(파5)에서는 363야드를 날아가는 초장타를 터트렸다.

텍사스주 휴스턴 인근에서 태어나 자란 맥은 미국의 인종차별이라는 어두운 역사를 몸으로 겪었다.

골프장 캐디를 하면서 골프에 흥미를 가졌지만, 흑인이 골프를 칠 수 있는 골프장은 없었다.

공군에 입대한 그는 영국과 독일에서 근무하면서 골프를 칠 수 있었다. 그는 독학으로 골프를 익혀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 그가 귀국해서 고향 대신 캘리포니아주에 자리를 잡은 것도 인종차별이 덜했기 때문이었다.

맥이 백인 여성과 결혼해 낳은 아들 제프 역시 백인인 리사를 아내로 맞아 챔프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백인이다. 그는 피부색이 조금 어두울 뿐 외모는 백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그 역시 인종차별의 아픔을 마음 깊이 새겼다. 주니어 시절 내내 캐디를 겸하며 뒷바라지한 ‘흑인’ 할아버지가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을 받았던 일화를 생생하게 들려줬기 때문이다.

맥은 “출신이 아니라 지향하는 목적지가 더 중요하다”고 손자에게 늘 가르쳤다. 챔프는 웨지에 이 문구를 새겨 넣었다.

챔프가 이번 대회 때 신은 골프화에는 ‘PaPa’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볼에는 ‘POPS’라고 써넣었다. 둘 다 챔프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맥을 부르던 애칭이다.

챔프는 챔피언 퍼트를 집어넣은 뒤 그린을 달려온 아버지 제프가 건네준 휴대전화로 할아버지와 통화했다. 아버지 제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오랜 통화는 아니었지만, 챔프의 눈시울 역시 붉어졌다.

챔프는 우승을 확정한 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응원 온 여러 명의 친척과 친구들을 차례로 껴안았다.

고향에서 가까운 곳이라 챔프를 응원 온 친지와 친구가 워낙 많았다.

그는 “내가 잊어버린 사람 있냐?”고 묻기도 했다.

챔프는 “내 인생에서 골프가 중요한 건 맞다. 하지만 골프가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인생에는 더 중요한 게 많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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