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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정치부장

국민과 상식 무시한 조국 임명
대통령 탓에 국민 분열 더 악화
양극화는 민주주의 위기 초래

3년차 마이웨이 증후군 심각
통합 외면 땐 임기말 불행 커져
曺 물러나야 文정권 살 수 있다

조국 사태에 대한 국민의 판단은 이미 끝났다. 그런데도 당사자와 문재인 대통령이 버티니 ‘친문(친문재인)’ 대 ‘반문(반문재인)’ 간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상식과 원칙 차원에서도, 국민 여론 측면에서도 ‘정의와 공정’을 대변할 법무부 장관 자격이 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인데, 팽팽한 찬반 맞대결처럼 비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조국 진영’은 이미 재미를 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야(與野)나 보수·진보, 윤리와 가치관 차이를 떠나 근원적으로 국가를 찢어놓는다는 점에서 큰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양측 싸움은 ‘내 편은 선(善)이고, 네 편은 악(惡)이다’라는 맹목적 집단 논리와 광기 어린 증오가 판치는 선악 대결의 종교 전쟁처럼 치열하다. 조 장관이 사퇴하지 않고, 검찰 수사가 계속되는 한 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조 장관이 사퇴한다 하더라도 태극기 부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친문 그룹은 수용을 거부하고 반문에 대한 증오심만 키울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조 장관은 ‘공정’과 ‘정의’에 대한 의미를 다시 썼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쿠데타나 혁명 등 물리적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극단적 양극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합법 정부도 양극화로 위기에 몰리면 권력 유지를 위해 민주주의를 포기한다. 베네수엘라가 그랬고, 터키,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이 그랬다. ‘탁신’ 대 ‘반탁신’이 대결하는 태국이나 ‘페론’ 대 ‘반페론’으로 양분돼 싸우다 몰락한 아르헨티나의 망령이 대한민국에 어른거린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정당이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는 상호 관용과 이해,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와 같은 민주주의 규범이 당파 싸움(진영 전쟁)으로 인한 파멸을 막아준다’고 했다.

이번 전쟁은 문 대통령이 자초했다. 민심에 역행해 온갖 반칙과 특권을 누리며 위선과 위장의 삶을 살아온 사람을 장관에 임명했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트라우마 때문에 조 장관 임명을 고수했다는 말도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지지층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라크 파병,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밀어붙였다가 말로가 좋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본인이 책임져야 할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검증 과정에서 심각한 의혹이 제기되면 청문회 이전에 사퇴하는 게 정상이다. 부인이 기소된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 나쁜 선례는 조 장관이 시초다. 현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22명이다. 벌써 신기록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 권한을 행사했지만, 양극화로 인한 파멸을 막아 주는 민주주의 규범은 준수하지 않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6일 삭발 투쟁을 하며 조 장관 사퇴, 반문 연대 선봉에 섰다.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세상은 분노로 가득 찼지만, 친문과 반문 지지층은 결집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조 장관이 이낙연 국무총리, 황 대표에 이어 차기 대선 후보 3위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친문 그룹은 대략 유권자의 30∼40%가량을 차지하고, 반문 그룹은 20∼30% 정도로 본다. 30∼50%가량인 중도층은 선거에서 나뉘기 때문에 양극화를 통한 선거 승리는 친문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2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물거품이 됐다. 되레 집권 3년 차 증후군인 ‘마이웨이’ 집착증이 악화하고 있다. 친문과 반문이 감정적·정서적으로 격해지는 상황에서 독단적 국정 운영은 진영 싸움이 더 격렬해지도록 기름을 붓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부터라도 민심이 분열하고 국민이 편을 나눠 싸우는 일을 멈추게 하고, 통합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권은 흔들리고, 임기 말 대통령은 불행해진다. 나아가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나라도 쇠락하게 된다. 조국과 문재인, 서로 정치적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멀리 보면 조국이 물러나야 문재인이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