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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출생땐 시민권 부여 제도
大選공약 이어 작년에도 언급

수정헌법에 보장돼있는 권리
개헌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해
大選 겨냥 지지층 결집 노린듯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미국 영토에서 태어나면 부모의 시민권 유무와 관계없이 미국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하는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도 폐지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 국토안보부(DHS)가 아동이 포함된 불법이주민 가족을 기한 없이 구금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발표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이 갈수록 강화돼 내년 대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1일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참전용사단체 행사 연설을 위해 켄터키주로 떠나기에 앞서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출생시민권(폐지)을 대단히 심각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경을 넘어와 아기를 낳으면 ‘축하합니다. 이제 아기는 미국 시민입니다’ 같은 상황이 된다”며 “솔직히 웃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자국 내에서 출생한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에서 자녀의 미국 시민권을 위해 원정출산에 나서는 사례가 2012년 기준 3만6000건에 달하는 등 논란이 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폐지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대선 당시 출생시민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지난해 10월에도 출생시민권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 서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출생시민권이 불법이주민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출생시민권이 실제 폐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남북전쟁 이후 노예제에서 해방된 흑인들에게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1868년 추가된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사람 등을 미국 시민으로 규정하고 있어, 출생시민권 제도를 없애려면 행정명령으로는 불가능하고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헌법을 고치기 위해서는 연방의회 3분의 2 이상, 주의회 4분의 3 이상 승인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백인 남성 중심인 지지층 결집을 위해 야당 반대에도 국경장벽 건설을 밀어붙이는 등 노골적 반이민 정책을 고수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은 최근 몇 달간 불법이민 차단은 물론 합법이민에 대해서도 문턱을 대폭 높이는 등 이민자 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민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같은 날 DHS와 보건복지부(HHS)는 이주민 가족 결합원칙 및 구금 아동 관리에 대한 기준 등을 마련한 새 이민 관련 규정을 발표했다.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에 아동을 20일 이상 구금할 수 없도록 한 1997년 플로레스 합의(FSA)를 대체하는 새 규정은 법원의 망명 허가 심사 기간 동안 사실상 제한 없이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케빈 매컬리넌 DHS 장관 대행은 FSA 규정에 대해 “정부가 이주민 가족을 불과 20일 안에 미국 내에 풀어주도록 강요해 왔다”며 “불법입국을 장려하고 이민법원의 업무를 가중시켰으며 종종 수년간 이민 절차를 지연시켰다”고 비판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