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크로스비의 ‘우메제비가 5번지’(왼쪽)와 ‘Before Now After After (엄마 엄마 맘마)’.

특정국가 출신이 대부분 차지
예술이 황금되는 연금술 ‘씁쓸’

비엔날레의 작가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올해 열린 휘트니 비엔날레를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어떤 작가들이 휘트니 비엔날레에 참여하고 있는 가를 분석한 기사였다.

출신 학교, 레지던시, 인종, 나이 등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특정 레지던시 또는 특정 학교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학연이나 지연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인 현상이자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것이 작가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기회라는 사실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도 이런 참여작가들의 성분 분석(?)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사실 작가들에게는 향후 미술관 전시나 다른 곳에서 열리는 비엔날레 등 국제적인 미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상황이고, 큐레이터들에게는 자신의 안목과 미학을 드러낼 수 있는 야심만만한 신진작가들을 건져 올려 자신의 주머니 속 노트에 등재할 수 있는 기회다. 컬렉터들에게는 자신의 부를 안목이란 이름으로 과시할 수 있는 신상품을 발견할 수 있는 장이다.

따라서 누가 어떻게 베니스의 어떤 전시에 참여하고 있는 가는 매우 예술적인 일인 동시에 현실적인 비즈니스의 현장이다. 그래서 찬찬히 둘러보니 실제로 베네치아(베니스)에서 열려서 그렇지 소위 ‘미국현대미술’을 표방하는 휘트니 비엔날레와 다르지 않은 베니스 미국비엔날레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사실 오늘날 작가들이 어느 나라 출신인가, 또 어느 나라에서 작품을 하는 가의 여부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비빌 언덕은 된다.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의 본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보면 총 38개국에서 83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정준모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물론 팀으로 참여한 경우도 각각 집계한 것이다. 이중 총 17명이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 20% 이상을 차지한다. 그다음으로 중국과 프랑스가 6명씩 공동 2위, 한국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인도, 일본이 각 3명씩 공동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시 현 거주 국가별로 나눠보면 26명, 30%가 미국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통일 동독 이후 집세와 생활 물가가 싸 많은 젊은 작가가 몰려든 베를린이 14명으로 이중 타국에서 온 작가가 76%인 11명이었다. 이는 실제로 베를린이 작가들의 허브로 탁월한 예술의 중심이 돼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리고 베니스 비엔날레가 5월로 개막일을 바꾸면서 거의 동 시간대에 열리던 바젤아트페어가 6월에 막을 올렸다. 그런데 이 두 행사를 살펴보면 아주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미술 시장에서 그다지 인기가 있지 않았던 작가들이 바젤, 즉 미술 시장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의 미술평론가 제이슨 파라고는 ‘톱 오브 더 팝스(Top of the Pops)’라는 잡지의 제목을 예로 들면서 베니스의 의도와 상관없이 비엔날레에 이름을 등재한 작가들이 바젤의 부스를 채울 것이라고 썼다. 그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아니 틀릴 수 없었다는 것이 정확하다.

뉴욕의 47카날화랑은 본 전시에 출품한 안토니 카탈라(44)를, 글래드스톤화랑은 47카날과 함께 우리나라의 아니카 리(48)에게 부스를 내주었다. 니데카 아쿠닐리 크로스비(36)는 아트페어에서 종종 가지고 나온 모든 작품을 판매(white glove sale)해 유명한 데이비드 즈워너의 부스를,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아더 자파(59)는 뉴욕 개빈 브라운과 로마의 엔터프라이즈화랑과 바젤에서 풍요를 구가한다. 이렇게 본 전시 출품작가의 약 50%가 바젤에 출현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힘을 보여준다.

현대미술의 힘이 아닌 미술 시장의 힘, 돈의 힘 그리고 예술이 황금이 되는 연금술을 시연하는 듯해 씁쓸하다. 하지만 부러운 속내를 감출 수 없으니 이 속물근성을 어찌할꼬.

큐레이터·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