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미리 보는 MFR… 데이비드 샴보-자칭궈 ‘紙上 공방’

문화일보가 오는 26일 개최하는 국제 포럼 ‘문화미래리포트(MFR) 2019’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강연자로 나설 데이비드 샴보 조지워싱턴대 교수와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이번 포럼에서 불꽃 튀는 논쟁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샴보 교수는 미·중 갈등의 현재 국면을 ‘냉전 2.0’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강경 노선’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자 교수는 양국 간 화해를 바라지만, “중국은 굴종의 모습을 결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국을 굴복시키려 해도 중국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내 대표적인 미·중 관계 전문가인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교수이자 전 원장은 19일 문화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무역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고압적 자세를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국익과 존엄을 위해 미국에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중 관계 악화로 ‘신(新)냉전’이 불가피하다고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압력 때문에 한국이 한·중 간 큰 경제적 이해관계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요구가 중국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었고, 굴욕적이었다.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고려하지 않고 최후통첩식으로 협상안을 제시했다.”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 무역 담판을 매듭지을 수 있나.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만나기 위해서는 미국이 좀 더 합리적인 협상 자세를 보여야 한다. 양측이 주요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합의를 볼 필요가 있다. 즉 놀랄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중국의 국익에 대한 상호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요구의 특성과 협상 스타일 때문이다. 양국 간 무역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중국만큼 이익을 본 것은 사실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에는 한국과 미국 등으로부터 부품과 기술 등을 수입한 것이 많이 포함돼 있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그 수치에 비해 훨씬 적다.”

―무역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미·중 무역 분쟁이 지속되면 많은 나라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장기간 무역 갈등을 겪는 것보다 중국에 더 많은 비용이 든다면 중국은 무역 갈등을 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는 국민의 지원으로 무역 분쟁을 견뎌낼 수 있다.”

―미국의 화웨이 거래 제한 조치 이후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등 다양한 대미 보복 카드를 준비 중이다. 중국이 실제로 이 조치들을 실행할 것으로 보는가.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원하지 않으며 미국의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미국이 중국을 굴복시키고자 한다면 중국은 미국이 가한 타격을 가만히 앉아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화웨이 문제로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을 압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화웨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 끼여 있는 것은 유감이다. 미국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불리한 일을 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분명히 한국 기업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중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미국의 압력 때문에 관계를 포기하는 것은 한·중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한국은 국익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현재의 미·중 문제를 ‘투키디데스의 함정’(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간의 불가피한 전쟁)이란 관점에서 신냉전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어떤 것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도움이 되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나는 인류가 스스로 미래를 창조한다고 생각한다. 정치 지도자들이 우리를 갈등과 전쟁으로 몰고 갈 행동을 취하지 않기를 바라며, 세계인들이 단결해 그러한 행동을 막아야 한다.”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폐기하고, 중국 봉쇄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은.

“합리적인 미국 정부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중국의 이익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보는데 정부가 항상 이성적으로 행동하지는 않는 점을 감안하면 그럴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는 없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