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등 부품공급 업체들
“화웨이 불똥 어디까지 튈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맞서 중국이 직접 한국 부품업체에 압박을 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형국에 빠졌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깊은 고심에 빠지면서, 자칫 중국발 ‘제2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은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는 무시할 수 없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급처”라며 “화웨이 제재 한 건으로 봤을 땐 당장 큰 타격이 없다 해도 연쇄적으로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으로, 모두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드 보복 사태’가 한·중 간의 2차 방정식이었다면 화웨이발 ‘제2 사드보복’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3차, 4차 방정식으로 여러 가지 체인이 얽히고설켜 매우 복잡한 구조가 된다”며 “좀처럼 예측이 불가능해 첫 사드 보복 때보다 더 큰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서부 시안(西安)에서 낸드플래시를, SK하이닉스는 중국 동부 우시(無錫)에서 D램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보복이 심화하면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당장 타격을 입게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공장을 철수한다’ 혹은 ‘존속한다’는 말을 하는 것 자체도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관세 보복으로 상황이 악화하면 중국 생산량의 일부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화웨이 사태’의 분수령이 될 이달 말의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주시하고 있다. 미·중 간에 극적인 타협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리스크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에 따라 각 기업들도 함수관계를 따져 대응책을 세울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양대 산맥’인 미국과 중국이 힘을 겨루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이번에 어떤 스탠스의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고래 싸움을 헤쳐나가는 첫 나침반이 될 것”이라며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명확하고 원칙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미·중 양국에 입장을 정리해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는 정부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조율해 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어떻게 힘없는 기업이 정부 간 무역전쟁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은지·이해완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