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우트 백악관 예산국장 대행
유예기간 ‘2 → 4년’ 연장 요청
中, 5G 등 對美수출통제 시사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 내용이 담긴 2019년 국방수권법안(NDAA) 규정의 시행 연기를 의회에 요청했다.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대행은 지난 4일 상원의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 의원 9명에게 미국 연방기관은 물론, 미국 연방정부에 물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화웨이와의 거래를 금지하도록 한 NDAA 규정의 시행 연기를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보우트 국장 대행은 서한에서 “NDAA 규정이 시행되면 연방정부에 납품하는 업체들의 숫자가 급감할 수 있다”며 조달 대란 가능성을 지적한 뒤 “지방 업체들은 이 금지 조치로 인해 훨씬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WSJ는 보우트 국장 대행의 서한이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 조치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악영향이 양국 모두에서 현실화하고 있지만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의 화웨이 거래중단이 이어지고 중국은 오히려 대미 수출 통제에 나설 뜻을 시사하는 등 양국 모두 한 치 양보 없는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다. 미 상무부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페이스북 앱 선탑재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전방위 공세에 대응해 외국 기업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관리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국가 기술 안전 관리 목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10일 평론을 통해 5세대(G) 이동통신, 항공우주, 모바일 결제, 고속철 장비 등 기술에 대한 대미 수출 통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런민르바오 자매지인 환추스바오(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도 공동사설에서 ‘법률 무기’를 언급한 뒤 “중국은 기술 통제를 통해 미국의 공급망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