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데이’ 완성 키워드

1, 2일 방탄소년단(BTS)의 역사적인 공연이 펼쳐진 웸블리 스타디움과 일대 거리는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붐볐다. 하루 6만 명씩 이틀간 12만 명이 다녀갔다. 영국의 대표적 명소인 피카딜리 서커스와 트라팔가 광장, 브리티시 뮤지엄과 내셔널 갤러리 등도 아미들이 점령했다. 이번 이틀을 ‘BTS 데이(Day)’로 완성시킨 5가지 키워드를 정리했다.

◇한국어 ‘떼창’= 웸블리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BTS와 팬들의 한국어 ‘떼창’이었다. 팬들은 공연 시작 1시간쯤 전부터 중앙 무대 양쪽 대형 스크린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며 히트곡이 나올 때마다 합창했다. 모두 한국어로 불렀다. 한국·영국은 물론 전 세계 팬들은 빠르고 어려운 한국어 랩도 척척 따라 했다. 멤버들의 본명을 넣어 만든 응원 추임새까지 넣었다. 한국 경기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파도타기’ 응원도 자주 벌어졌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팬들은 BTS의 앙코르 무대를 요청하며 세 차례나 파도타기를 연출했다.

◇K-팝의 기술력= 공연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고 혁신적인 무대장치에 팬들은 환호했다. 첫째는 도입곡 ‘디오니소스’ 무대에 등장한 표범. 포효하는 듯한 거대한 2마리의 표범이 풍선처럼 솟구쳤다. 그리고 멤버 7명의 개별 무대마다 특별한 무대효과가 이어졌다. 제이홉의 ‘저스트 댄스’에는 물대포가 뿜어나왔다. 정국은 와이어를 타고 공중을 날며 ‘유포리아’를 불렀다. 지민은 솔로곡 ‘세렌디피티’를 부를 때 거대한 비닐 물방울 안에서 등장했다. RM의 ‘러브’ 무대는 증강현실 기술을 보여줬고, 뷔는 침대를 소품으로 활용했다. 앙코르 무대였던 ‘앙팡맨’에서는 풍선으로 작동하는 대형 미끄럼틀까지 펼쳐졌다. 에어로 벌룬 로봇(Aero Ballon Robot) 기술이 적용됐다.

◇글로벌 기자회견 = BTS 공연에는 수많은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웸블리 스타디움 M층에 대형 프레스룸이 마련됐으나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한국에서 약 30개 매체 50여 명, 영국과 일본 등에서 20여 개 매체에 40여 명이 몰렸다. 1일 오후 1시부터 프레스룸이 개방된 후 한국 기자들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입장한 팀은 일본이었다. 일본 취재진은 “방탄소년단은 뭔가 다르다. 정말 창조적이고 특별한 밴드”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이날 “BTS는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첫 한국 그룹이라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미국 CNN은 “방탄소년단이 이룬 성취가 어쩌면 비틀스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점령한 아미 = 브리티시 뮤지엄,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모던 등 영국을 대표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BTS 특수를 누렸다. 내셔널 갤러리의 한국어 해설사는 “며칠 사이 아미 덕분에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고 했다. BTS의 RM도 내셔널 갤러리를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RM은 1일 공연 후 트위터에 “러블리 런던(Lovely London)”이라며 트라팔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내셔널 갤러리 사진을 공개했다. 아미들은 웸블리 스타디움과 연결된 웸블리 파크 역은 물론 메트로폴리탄 라인의 환승역까지 점령했다. 기념품과 응원 도구를 든 이들은 국적과 관계없이 하나가 됐다. 웸블리 스타디움 진입로에는 즉석에서 커버댄스 경연 대회가 펼쳐졌다.

◇폴 매카트니 소환 = 1일 오후 5시 30분부터 공연 전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회색 정장 차림의 BTS 멤버들은 비틀스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영광이지만 BTS 자체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RM은 “현대 아티스트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 비틀스와 단 한 번이라도 비견된다는 게 과분하다”고 덧붙였다. 협업하고 싶은 영국 뮤지션이 있냐는 물음에 뷔는 밴드 콜드 플레이를, RM은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를 꼽았다. 이에 영국 메트로는 “우리는 이 공연이 끝난 후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로부터 전화가 올 것을 확신한다”고 전했다.

런던=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