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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esome BTS! 완벽한 미학, 강렬한 스토리텔링”

기사입력 | 2019-06-03 11:58

방탄소년단(BTS)이 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유럽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6만 명의 관객이 몰렸다.   런던=김인구 기자 clark@ 방탄소년단(BTS)이 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유럽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6만 명의 관객이 몰렸다. 런던=김인구 기자 clark@

英 전문가가 본 ‘방탄’ 공연

“노래·춤·퍼포먼스에 관객매료
젊은남성팬도 공감할 무대로”

“‘아미’열성적인 응원도 감동
보헤미안 랩소디 명장면 같아”


1일(현지시간) 오후 7시 30분, 방탄소년단(BTS)이 고대 그리스 신전처럼 장식된 무대에 흰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 첫 순간, 그들은 웸블리와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2시간 30분여의 공연이 끝날 즈음 마침내 그들은 웸블리를 온전히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었다. 정말 대단(Awesome)했다.

BTS를 알게 된 건 2016년 8월쯤. 재직 중인 런던 킹스턴대에서 뮤지컬 기호학(Semiotics) 과목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BTS의 뮤직비디오 ‘피, 땀, 눈물’을 우연히 보고 그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런던 O2 아레나 공연에 이어 BTS와 두 번째로 만난 자리였다. BTS와 팬들이 끈끈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도 BTS의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팬 ‘아미(Army)’의 지지와 응원이 엄청났다. 이들 사이의 에너지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앙코르까지 총 24곡. 첫 곡 ‘디오니소스(Dionysus)’부터 앙코르의 마지막 곡 ‘소우주(Mikrokosmos)’까지 아주 잘 짜인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팬들은 노래가 바뀔 때마다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합창했다. 6만 관객이 만들어 내는 그림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명장면을 다시 생각나게 했다. 특히 어두워지고 불이 꺼졌을 때 아미들이 야광봉을 밝히는 건 장관이었다.

BTS의 장점은 노래와 춤 등 퍼포먼스의 미학적 완성도는 물론 스토리텔링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연결해 팬을 위로하고 사로잡는다.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했을 정체성, 우울함 같은 문제들을 음악에 녹여내 폭넓은 공감을 끌어낸다. 젠더적 관점에서 보면 BTS는 마초적 남성성(Masculinity)으로 매력을 발산하기보다 자기들의 약점을 솔직히 드러내는 진실성으로 다가간다. 이는 최근 전 세계에서 잇달아 불거진 ‘미투(Me Too)’ 운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팬들이 다양한 층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소녀팬이 대다수이지만 젊은 남성팬도 많이 보였다.

하지만 BTS를 다른 뮤지션과 구별 짓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말(ment·talk)’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공연 중간중간에 팬과의 대화 시간이 꽤 있었다. RM은 일부러 영국식 악센트로 “아름다운 밤이다. 환영한다”고 했는데 영국인인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지난 런던 공연 때 부상 때문에 춤추지 못한 것을 사과한다”는 정국의 말도 뭉클했다. 앙코르 세 번째 곡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를 부를 때 “이번은 아미 타임”이라고 한 것도 공감을 느끼게 했다. 관객과 기념촬영을 하는 퍼포먼스도 기억에 남았다.

영국사람으로서 BTS가 비틀스에 비견되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두 그룹은 모두 당대의 청춘(Youth)을 대변하며 음악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BTS는 비틀스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 나름의 비판적 견해를 담았고, 다양한 성별과 계층의 팬들에게 광범위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BTS가 한국어로 노래하기 때문에 언어적 장벽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건 이젠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BTS의 노랫말은 유튜브나 SNS에서 팬들에 의해 매우 신속하게 번역되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BTS의 노래가 영국인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있을까? 영국인 특유의 ‘고상한 체하는(Snobby)’ 문화의 특성상 미국에서와 같은 큰 성공을 기대하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의 타이틀 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가 UK 오피셜 차트 ‘톱 40’에 오르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스코틀랜드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도 올라 있다. 영국에서의 성공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선 BTS가 무대에서 보여준 겸손한 자세, 그들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 계속 팬들과 연결돼야 한다. 음악적으로는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담아 관객들로 하여금 이런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BTS는 마케팅과 브랜딩 그리고 세계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대량생산·소비사회에서 팝 문화는 때론 위험한 것으로 분류되곤 한다. 하지만 BTS는 바로 팝 문화가 이 같은 부정적 믿음에 어떻게 대항할 수 있는지, 또 오히려 어떻게 더 자유로운 소비를 촉진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콜레트 발메인 킹스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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