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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보급 6자리중 4자리 차지
경제기획원 출신 인사 선호에
洪부총리도 예산 전문가 분류

김용진 前차관 등 중용 가능성
향후 개각서도 두각 나타낼듯

‘예산 라인 잘나가네!’

17일 경제 부처에 따르면, 옛 경제기획원(EPB)의 맥을 잇고 있는 기획재정부 예산 라인이 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예산 라인은 최근 인사에서 기재부 차관보급(1급) 6자리 중에서 4자리를 차지했다.

당연히 예산 라인이 맡는 예산실장 외에도 기획조정실장, 차관보, 재정관리관이 모두 예산 라인으로 채워졌다. 옛 재무부(MOF) 출신이 맡을 수밖에 없는 세제실장과 국제경제관리관을 제외한 모든 1급 자리를 예산 라인이 석권한 것이다.

최근 기재부 인사에서 예산 라인이 우세를 보이는 이유는 진보 정부가 옛 재무부보다는 경제기획원의 맥을 잇는 인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예산기준과장 등을 역임한 예산 및 정책조정 전문가로 분류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산 라인의 승승장구는 조만간 단행될 개각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규 전 기재부 2차관(행정고시 28회), 김용진 전 기재부 2차관(〃 30회), 박춘섭 전 조달청장(〃 31회) 등이 중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방 전 차관은 현재 경남 경제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올해 예산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이 큰 ‘시설 한부모 아이돌봄 서비스 지원 예산’을 눈물까지 글썽이며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전 청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기재부 예산실장으로, 문 정부의 국정 기조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고 정권 교체기에 발생할 수 있는 예산 편성의 혼란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옛 경제기획원 기획 라인의 맥을 잇고 있는 기재부 경제 정책 라인은 사실상 몰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해 문 정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역사상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오랫동안 기재부 차관보로 일해온 이찬우 전 차관보가 승진은커녕 보직조차 맡지 못한 채 물러난 게 경제 정책 라인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전 차관보의 후임에도 예산 전문가로 분류되는 방기선 차관보가 임명됐다.

경제 부처에서는 “한국 경제를 가장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대책을 수립하는 경제 정책 라인이 홀대받으면 경제가 어려워질 때 대책 수립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노무현 정부에서 옛 경제기획원 출신들이 잘나간 사례가 문 정부에서도 재연되는 것 같다”며 “당분간 예산 라인의 독주(獨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