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지침엔 청구사유 5가지
법원 예규는 2가지만 포함
‘범죄중대성’두고 인식 달라
직권남용 엄격해석도 영향
梁영장청구돼도 기각가능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영장이 청구돼도 발부는 간단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영장 청구에 관한 검찰의 ‘지침’과 법원의 ‘예규’에 차이가 있는 데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에 대해 최근 법원이 엄격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7일 현재까지 양 전 대법원의 조서검토가 이어지면서 영장 청구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의 영장 청구는 대검찰청 ‘구속수사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른다. 지침에 따르면 검찰의 영장 청구 사유는 △증거 인멸의 염려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 크게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 반면 법원이 영장 발부에 적용하는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는 영장 발부 기준으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와 도망할 염려 등 크게 두 가지 사유가 포함돼 있다.

검찰과 법원이 구속 사유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대해 서로 다른 내부 지침과 예규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형사소송법은 구속의 사유로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등 3개를 규정하면서 ‘법원은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 현행법 규정을 놓고 검찰은 영장 청구 사유를 넓게, 법원은 좁게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양측의 차이는 최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하며 법원이 밝힌 사유와 검찰의 반응에도 나타난 바 있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며 “검찰이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통해 다수의 증거자료를 확보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데 대해 검찰은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반헌법적 중범죄들의 전모를 규명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적다는 법원의 입장에 대해 검찰은 법원에서 크게 보지 않는 범죄의 중대성으로 반격한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해도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의 소환 조사 등을 거부하지 않고 오히려 자발적으로 나와 조서검토를 신중하게 하는 등 도망의 염려가 적은 데다가 검찰 스스로 ‘이미 많은 증거가 확보돼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증거 인멸의 우려도 적기 때문이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