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 위반·부당노동 혐의
연일 협상노력 불구 쟁점 이견
월말월초 파업 예고 불편 클듯

상처만 남긴 지난 8일 노조 파업 이후에도 KB 국민은행 노사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고 있어, 최악의 경우 설 연휴 전에 2차 파업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번 파업으로 여론의 역풍과 조직 내부의 상처를 입은 가운데서도 국민은행 노조는 회사 측을 고소하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7일 국민은행 노사에 따르면 노조는 회사 측을 단체협약 위반 혐의로 고소하는 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찰 요구 등을 예고하며 압박에 나섰다. 파업 후유증과 장기간의 노사 갈등으로 직원들조차 피로감을 호소하는 가운데서도 ‘밀어붙이기 전략’을 펴는 것이다.

앞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금융노조 국민은행 지부는 전날 국민은행과 허인 행장을 단체협약 위반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고소했다. 회사 측이 개별 교섭에서 요구한 임금 2.4% 인상과 휴게 시간 분할 사용, 임금피크제 연장 차등적용 등이 지난해 산별 단체협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노사는 8일 파업 이후 매일 교섭을 이어가며 11일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희망퇴직에 합의하는 등 실마리를 찾는 듯했지만, 13∼14일 집중 교섭에서도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을 신청했다. 노사는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와 페이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 제도, LO(하위 직군) 근무경력 인정 여부 등의 쟁점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조의 강경 대응에 내부에서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회사 측을 압박하는 전략도 좋지만 한 차례 파업으로 여론도 좋지 않은데 강 대 강으로 계속 맞서는 것은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월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노조는 오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2차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 시기는 창구 수요가 많은 월말과 설 연휴 직전이어서 고객 불편이 첫 번째 파업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이 더욱 싸늘해지고, 파업 참가 직원 수가 1차 파업보다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박세영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