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일러스트 = 김정훈 기자 kimjh@

- 안팎서 ‘코드 사법부’ 비판

대법원 눈치 보는 초임 법원장
‘단기 알바’ 무리하게 늘리기도
“前정권이 문건에 발목 잡히자
‘이메일’로 협조 요청 의구심”
“정부지침 앞장, 이게 사법거래”

법조인 200명 “사법부 파괴
김명수 대법원장은 즉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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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고용통계 부풀리기 논란이 일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단기일자리 사업에 적극 호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13일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원이 문재인 정부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삼권분립 원칙을 어기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하는 등 도를 넘은 처신이 도마 위에 올랐던 상황과 겹쳐 불만 수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드사법부’ 논란 가속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날 전직 대법관·헌법재판관 등 변호사 200명은 “취임 후 ‘정권의 시녀화’를 기도하고 있는 김 대법원장은 사퇴하라”는 긴급선언을 발표했다.

◇전국 법원에 ‘채용’ 요청… 공문 아닌 이메일 “의문”=이날 문화일보 확인 결과 법원행정처는 지난 10월부터 각급 법원 실무자들에게 ‘단기일자리 사업에 따라 기획재정부로부터 관련 사업 예비비를 배정받을 예정이니 필요인력을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두세 차례에 걸쳐 보냈고, 현재 전국 사법기관 49곳에서 1~2개월짜리 임시직 371명을 채용하고 있다. 몇몇 초임 법원장의 경우 대법원 눈치를 보느라 예상 밖으로 많이 채용했다는 전언도 나온다. 행정처는 자체 필요에 의해 추진한 일일 뿐 정부사업 협조 차원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정부의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부가 자신들 고용정책에 사법부까지 동원하고 사법부는 그에 호응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사법거래’다”라고 일갈했다. 법원장을 지낸 고위 법관은 “늘 법원에서 먼저 행정처에 ‘이런 업무에 인력이 필요하니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면 행정처가 승인하는 구조였고 이번처럼 행정처가 적극 나선 경우는 전례가 없다”면서 “정부가 그런 사업을 진행하니 행정처가 손발을 맞춰 협조한 것으로 보는 게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행정처가 법원장 공문이 아니라 실무자 선에서 이메일을 주고받은 일처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고위 법관은 “양승태 행정처가 박근혜 청와대를 설득하느라 대량 생산해둔 문건들 때문에 정권이 바뀐 후 난리를 겪는 상황을 보고 일부러 실무진 간 이메일로 우회로를 튼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사법부의 대국민 신뢰회복은 행정부 정책에 대한 동조가 아닌 오직 공정한 재판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대법관까지 “김명수 사퇴하라”=잇달아 코드사법부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대법원을 향해 법원 밖에서도 우려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날 전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등 중견·소장 변호사 200명은 김 대법원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한 200인 변호사들의 긴급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긴급선언에는 정기승·서성·변재승·이용우 전 대법관, 권성 전 헌법재판관, 함정호·신영무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조대환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다수의 원로 법조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은 취임 후 정권의 이념적 편향성에 스스로 투신해 ‘사법부의 정치화’ ‘정권의 시녀화’를 기도하며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고 있고, 이는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도록 사법부 판결의 방향을 바꾸기 위한 반헌법적 사법부 파괴 행태로 보기 충분하다”면서 “사법부와 나라를 아끼는 충정으로 김 대법원장이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리안·김수민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