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블랙리스트 수사에도 박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법원행정처장으로 각종 의혹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을 전날에 이어 20일 재소환해 관련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특정 성향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됐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수사에도 박차를 기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이날 오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피의자 신분으로 박 전 대법관을 이틀 연속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박 전 대법관은 전날 14시간 26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마치고 오후 11시 50분쯤 귀가했다. 박 전 대법관은 전날 벌인 검찰 조사에서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법리적으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양 전 대법원장과 이미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이에서 중간고리 역할을 한 만큼 향후 수차례 추가 조사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의 개입 정황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박 전 대법관이 2년간 법원행정처장으로서 양 전 대법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는 점에서 박 전 대법관에게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 여부를 확인해야 향후 수사에 탄력을 받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차한성 전 대법관과 다르게 박 전 대법관을 포토라인에 세운 것도 받는 혐의가 더 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검찰은 지난 6일 법원행정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 조치 보고’ 문건 작성에도 박 전 대법관의 지시 등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문건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조작’ 사건을 무죄로 선고한 1심 재판을 비판한 당시 수원지법 소속 김모 부장판사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 윤종섭)는 임종헌 전 차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다음 달 10일 오후 2시로 지정해 준비명령을 발송했다. 다만 검찰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준비기일이 제때 열릴지는 미지수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