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의견표명 없다” 선그어
“탄핵, 현재 사법부와 관련된일
사법혼란 방관 말아야”주장도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판사들이 현직 동료 판사에 대해 사실상 탄핵 촉구를 결의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김 대법원장의 태도가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 등 떠밀려 법관 탄핵을 방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비판이 거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 ‘(법관회의에서) 법관 탄핵이 의결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회에 의결된 의견을 전달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회의는 대법원 규칙(2777호)상 대법원장에게 건의 또는 의견 표명을 할 수 있다”며 “법관회의가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지, 건의나 촉구하는 것이 아닌 만큼 대법원장이 의견을 밝히거나 법관 탄핵 관련 차후 절차를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이 법관 탄핵에 대해 ‘사실상 공이 국회로 넘어갔고 대법원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검찰수사 의뢰로 행정부에 사법부의 ‘앞문’을 열어주더니, 법관 탄핵촉구로 사법부의 ‘뒷문’까지 입법부에 열어주는 모양”이라며 “사법부의 독립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데 사법부 수장이 수수방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법관회의의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나 법관 탄핵소추 문제에 대해서 법원 내에서 찬반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법관회의의 결의안 채택이 조직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법원 내부의 갈등을 김 대법원장이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B 변호사는 “법관 탄핵은 ‘과거’의 사법부가 아닌 ‘현재’의 사법부와 관련된 일”이라며 “김 대법원장은 법관회의 같은 홍위병에 휘둘리지 말고 법관 탄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사법부의 혼란을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탄핵 의견서는 법관회의 의장인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의 결재를 거쳐 전자문서 형태로 대법원장에게 전달된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