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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文대통령 환대와 위기의 본질

기사입력 | 2018-09-20 12:24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정치학

방북단에 유례없는 최고 예우
김정은 폐쇄성 탈피 긍정 효과
그러나 핵심은 비핵화의 진전

美는 여전히 강력한 제재 지속
조급한 성과 욕심은 破局 불러
국내적·국제적 合意 확보해야


올 들어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19일 끝낸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측 대표단이 오늘 귀국한다. 북한 측의 이번 한국 방북단 환대는 유례없는 것이었다. 남북한 정상이 함께하는 카퍼레이드는 물론 국가원수에 대한 의전 행사임을 뜻하는 21발의 예포 발사,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공항에 영접을 나온 점 등은 북한이 폐쇄적인 국가에서 보통국가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회담 장소가 북한 권력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노동당 본부청사라는 점은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들은 남북한 정상이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이라는 성과로 이어져, 그동안 얼어붙어 있었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간 남북한 화해 국면의 도래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현안들이 여전히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전에 알려졌듯이 이번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 그리고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세 가지였다. 이 중 핵심은 당연히 비핵화였다.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 그리고 미국의 제재 완화와 체제 보장 사이의 과정과 시차를 둘러싼 다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핵화 문제가 어떠한 방식으로 진전되느냐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과 군사적 긴장 완화의 향방이 달려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9·19 평양공동선언은 비핵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두 정상이 공통적으로 언급했듯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길에는 많은 역경이 도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며 북한과 미국, 보다 넓게는 중국·일본·러시아 등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인접국들의 협조가 필요한 문제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북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은 회담 직전 그리고 진행 중에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 유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시급한 문제 해결을 바라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북핵 문제 해결은 중국과의 무역 문제 등 다른 현안들을 고려하면 미국에 그리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인 성과로 부각시키려 한다는 일각의 기대는 국내 이슈에 의해 좌우되는 미국 선거의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중국과 일·러 역시 이러한 미국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과에 대한 조급함은, 협상 과정에서 지나치게 양보한다거나, 심하게는 협상 자체를 파국(破局)으로 내몰 수 있다. 이보다는 현안을 의제로 유지하고 이에 대한 대화의 틀을 지속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선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만큼 이를 주춧돌 삼아 미국의 변화를 견인해내는 노력을 조급해하지 말고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필요한 것은, 앞으로의 과정을 참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과 마음가짐이다. 북핵 문제가 가지고 있는 복합성으로 인해 파생되는 교착 상태의 해결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동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미에서 중재자다. 동시에 갈등의 위험을 가장 직접적으로 겪는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사자로서 목표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문제에 대한 정보의 공유와 깊이 있는 논의, 이를 통한 국내적인 합의(合意)의 확보는 문제 해결의 기본적인 동력으로 필요하다. 이는 남북한 정상 개인 간 신뢰를 체제 간 신뢰로 확산시키는 핵심적인 동력이며, 이를 위해 의견과 이념의 차이를 막론하고 이를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평화와 번영은 누구나 바라지만, 이를 위한 과정은 지난하다. 분단과 전쟁으로 오랜 시간 적대관계였던 남북한은 더욱 그렇다. 이제 다양한 교류를 통해 남북한 간 상호 교류의 장이 마련된 만큼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길이 활짝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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