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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생활과 밀접한 오피스텔·빌라·연립주택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집합건물법’의 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오피스텔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왜 작은 평수의 관리비가 아파트보다 많이 나오는지 의아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의 머릿속에 오피스텔은 관리비가 비싼 곳으로 각인돼 있다. 실제 서울시의 2014년 ‘집합건물 관리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오피스텔의 관리비가 같은 지역 아파트 평균 관리비의 2배에 이르는 사례도 있었다. 오피스텔 관리비가 비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점도 중요한 사유의 하나다.

이에 지난 16일, 법무부와 서울시가 ‘오피스텔·상가 이용의 불편과 관리비의 거품을 걷어내 서민의 안정적인 주거·영업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로 집합건물법 개정을 위한 현장 정책 간담회를 공동 개최했다. 관련된 보도 자료를 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함께 법령과 제도 개선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집합건물에 대한 회계감사 의무화를 통해 부당한 관리비 징수 및 사용을 방지함으로써 서민의 주거·영업 비용이 절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집합건물법 개정 방향은 그동안 ‘사적 자치’라는 영역으로서 감시·감독이 없었던 오피스텔 등의 관리비에 대해 공적 규제를 통해 개선하려는 것으로, 2013년 아파트 등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때와 유사한 모습이다. 당시에도 15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 회계장부의 작성과 보관을 의무화했고,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회계감사까지 의무화했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을 보면, 장부 작성과 회계감사 의무화로 부당한 관리비 징수 및 사용 방지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실례로, 서울시 은평구의 한 아파트는 부실한 회계감사로 회계장부가 일치하지 않는데도 적정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또, 지난 7월 26일 최운열·윤후덕 국회의원과 국내 5대 회계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공공부문 감사 품질에 대한 학술 토론회’에서도 공동주택 외부감사 의무화 제도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감사공영제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렇게 회계감사의 의무화만으로 관리비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주체가 수행해야 하는 감사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회계감사 이론에서는 이를 ‘감사인의 독립성’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최근에는 민간·공공부문 모두에서 감사인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민간부문에서는 모든 상장기업에 대해 주기적으로 감독 당국이 지정한 감사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도록 ‘주식회사 외부감사인에 관한 법률’이 전면 개정됐다. 또한, 공공부문에서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재건축·재개발조합에 대해 시·군·구청장이 감사인을 직접 선정하고 계약도 직접 체결하며, ‘지방공기업법’에서도 시·군·구청장이 선정하는 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대규모 점포에 대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지정하는 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도록 ‘표준 관리규정’을 마련, 배포했다.

결론적으로, 법무부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집합건물법의 개정에 따라 믿을 수 있는 회계감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감사인 선임의 독립성이 전제돼야 한다. 이에 “회계감사 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을 지정하게 해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한 간담회 참석자의 의견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