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美 펜실베이니아 성직자들, 1000여명 性학대… 이틀만에 공식 입장

“비극적인 공포 뿌리 뽑아야
사제들에게 세속법 적용을”
일각선 “도덕적증인 역할 위태”

교황청이 지난 70여 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아동이 성직자들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에 대해서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나타내고 세속적 형법 적용 대상이라고 밝혔다.

16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그레그 버크 교황청 공보국장은 성명을 통해 “펜실베이니아주가 이번 주 공개한 보고서와 관련해 이 끔찍한 범죄들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수치와 슬픔 두 개뿐”이라며 “가해자들은 도덕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펜실베이니아주 검찰 대배심은 관내 가톨릭 교구에서 1940년대부터 70여 년 동안 약 300명의 신부가 1000명이 넘는 소년소녀 신도들을 성적으로 추행 및 폭행했다는 9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드러나지 않는 피해 사실도 있을 것이고 관련 문서가 상당수 없어진 만큼 가해자와 피해자의 숫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당시 교회가 조직적으로 나서 해당 사실을 감추고 은폐했으며, 행위 가담 고위층 대부분이 보호받고 승진까지 했던 예도 많다고 지적했다.

버크 국장은 “보고서에 묘사된 추행들은 범죄이자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한다”며 “프란치스코(사진) 교황께서는 보고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아동 성추행을 명백히 비난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교황청은 성추행 혐의 사제들에 대해 세속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회법뿐만 아니라 형법으로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버크 국장은 “피해자들은 교황께서 그들의 편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교회는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이 비극적 공포를 뿌리 뽑기 위해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청의 발언에 대해 관계자나 전문가들은 대개 비판적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어떤 행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은 거의 없다. 또 지난 7월 미성년자 및 성직자 성추행 의혹으로 사임한 시어도어 매캐릭 추기경에 대해서도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번 일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세계의 ‘도덕적 증인’으로서의 역할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도 가톨릭계 일각에서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교황이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칠레 성직자들의 성추행 의혹 무시, 호주와 미국 등에서의 잇따른 거물급 성직자의 성추문 연루 사실 등으로 개혁 추진의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트 마틴즈 아메리카가톨릭대학 교수는 “교회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을 얘기해야 할 일이 많다”며 “성학대만큼 심각한 이슈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교회 지도자들의 신뢰가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