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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컵 금지’ 2주… 규제기준 아직 헷갈려

정부가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시작한 지 16일로 2주가 지났다. 애초부터 ‘규제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비판에 시행 첫날부터 단속일을 하루 늦추기까지 하는 촌극이 벌어졌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애매모호한 규정을 두고 가게주인과 손님 사이의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휴대전화를 통한 ‘원격 주문’이라는 새로운 풍속도도 생겨났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고객들이 ‘잠깐 가게에 앉아 있다가 나갈 것이니 일회용 컵에 달라’고 요구해올 때 어떻게 응대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직원이 소비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일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행위가 적발될 시 최고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도 ‘고객들의 의사가 제각기 달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점주는 “‘5분만 앉아 있다가 나갈 것’이라는 손님 말만 믿고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주었다가 불시 단속에 걸리면 나만 골치 아파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점주 역시 “‘가지고 나가겠다’던 고객이 갑자기 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셔도 매장에서 나가라고 말할 수 있는 점주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거들었다. 한 개인 카페 점주는 “‘머그잔에 담았다 나갈 때 다시 일회용 컵으로 옮겨 담는 것이 오히려 더 환경에 좋지 않은 것 아니냐’며 따져오는 고객 때문에 난감하다”며 “고객에게 전적으로 선택권을 주되, 부담금 역시 고객에게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들 사이에서는 점원과의 얼굴 붉히는 일을 피하기 위해 이제는 보편화된 ‘모바일 주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회사원 박모(28) 씨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일회용 컵에 주문할 수 있어 굳이 점원과 실랑이를 벌일 필요 없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음료를 매장에서 다 마시고 나갈 수 있을지 여부는 주문 시점에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머그잔에서 일회용 컵으로 일일이 옮겨달라고 부탁하는 것 자체가 번거롭다”고 불평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