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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태 카이스트 교수·경영학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입증하는 통계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9일 발표된 한국고용정보원의 올 상반기 중 신규·소멸 사업장의 통계를 보면 5인 이상 사업장의 폐업은 같은 기간의 신설 사업장보다 1만6875 곳이 더 많았다. 신설 대비 소멸 수의 비가 전년에 비해 10% 이상 급등한 수치다. 이 중 5인 이상 300인 미만의 중소업체가 1만6751개, 그리고 300인 이상 중견기업도 304개가 순감해 기업의 어려움이 자영업자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영업의 폐업률 또한 전년보다 10.2% 높아진 87.9%로 역대 최고치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은 줄고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은 늘어나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편의점 소득은 한 해 만에 33.4%가 줄어 알바생보다 소득이 적은 사장이 속출한다.

구조조정 여파에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가세해서 빚어낸 참사다. 우리나라의 압도적인 영세사업장 중심의 고용 구조는 아랑곳하지 않는 과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이고 계급적 시각으로 집착한 강남 집값을 겨냥한 부동산 규제로 올 상반기에 소멸 건설사가 신설에 비해 4만 개나 더 많은 48만 개가 폐업했다. 그렇다고 강남 집값을 잡거나 가계 대출의 억제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반전될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금융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반기 체불임금은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6년의 62%를 넘어섰다. 지난해 16.4%의 최저임금 영향을 도외시한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는 4개월여 후에 추가적인 10.9%의 인상이라는 무모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주 52시간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확대되고, 이 법안에 슬며시 끼워 넣은 공휴일 제도와 영세업자에게 사문화(死文化)돼 있던 주휴수당을 공식화해서 상당한 임금 인상이 예정돼 있다.

문제가 더 심각하기로는, 정부와 여당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한 아우성과 자신들에게 향하는 비난의 화살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꼼수에 연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실(空室)이 늘어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 가격의 교란과 관치 확대를 시도하고, ‘을’간의 갈등을 ‘갑’에 대한 증오로 환원하려고 한다.

한마디로, 기업들은 문 정부에 의해 정치적 타살을 당하고 있다. 경제 전반에 가해진 정치적 원가 상승 압력은 은산분리로 인터넷 은행 한두 개 더 만든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규제 중에 가장 크고 직접적인 규제가 경제 전반에 해당하는 노동시장 규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OECD 회원국 중 최악인 한국의 노동시장에 규제를 강화하면서 다른 규제 개혁을 외쳐 봐야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고용과 해고가 어려운데 노동시간을 단축한다고 일자리 나누기가 실현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제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서 앞으로 수년간 최저임금의 인상이 없다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하고, 영세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화하고 연구·개발(R&D) 투자와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많은 주류 경제학자와 국제기구가 일관되게 제시하는 고용시장 유연성이다. 증명된 정책은 외면하고 어디서도 성공한 사례가 없는 주술적 정책을 고집하면 기업의 정치적 타살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