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영화 ‘공작’팀이 12일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한국기자단과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정민, 주지훈, 윤종빈 감독, 이성민. CJ E&M 제공

- 영화 ‘공작’ 칸서 첫 공개

尹감독 “수감 주인공 만나고
회고록 받아 시나리오 작업”

大選개입 흑금성 사건 다뤄
액션 없지만 팽팽한 긴장감

“미사일을 쏘니 마니 하는 상황에서 희망을 안고 시작한 영화가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공개돼 꿈이 이뤄진 느낌입니다.”

영화 ‘공작’의 주연배우 이성민은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때인 2017년 1월 촬영을 시작한 영화가 ‘종전선언’이 기대되는 시점에 관객과 만나게 된 것에 대해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오는 8월 국내 개봉을 앞둔 이 영화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

이 영화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스카우트된 정보사 소령 박석영이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며 북한 최고 권력자를 만난 후 안기부의 ‘북풍’ 기획을 알게 되며 갈등에 휩싸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1997년 대선 개입을 시도하는 안기부의 공작과 이 과정을 쫓는 흑금성의 활동을 주요하게 담았다. 황정민이 실존 인물인 흑금성 역을 맡았으며 이성민이 중국에서 외화벌이를 책임지는 북한 고위급 인사 리명운을, 주지훈이 북한 보위부 과장 정무택을 각각 연기했다.

이 영화의 연출자인 윤종빈 감독은 12일 칸에서 진행된 한국기자단 간담회에서 “중앙정보부 관련 영화를 만들기 위해 취재를 하다가 흑금성의 존재를 알게 됐다. 흑금성이 수감 중이라 면회 가서 만났고, 책 두 권 분량의 회고록을 받아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황정민은 “촬영 전에 실제 인물을 만났는데 기가 세서 눈을 읽을 수가 없었다. 상대에게 안 읽히는 눈을 표현하려고 숨쉬기조차 힘든 고통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영화는 첩보물이지만 액션 장면이 안 나온다. 하지만 서울과 베이징, 평양을 오가며 숨 가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칸영화제에서 데일리를 발간하고 있는 해외 매체들은 이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에 대해 호평을 내놨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뛰어난 영화감독 윤종빈이 선사하는 이 화려한 한국 영화는 아시아 영화 특유의 스타일리시하고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가득 차 있다”고 평했다. 스크린인터내셔널도 “긴장감 있고 세심한 스파이 스릴러에서, 말은 총알보다 더 강력한 타격을 가한다”고 썼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도 “웰메이드 영화다. 강렬하면서도 대단하다”고 이 영화에 대해 극찬하며 윤 감독에게 “다음에는 경쟁부문에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칸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