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분향소 철거 앞두고 요구
추모공원 이어 지역반발 확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정부 합동분향소 철거를 앞두고 이 주변에 설치된 사무실 등의 대체공간 마련을 요구하자 안산시가 부지 물색에 나섰다. 최근 희생자들의 유해를 안장할 봉안시설이 포함된 추모공원 조성으로 지역 내 반대 여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유가족 사무실까지 공공자산으로 내줘야 하느냐”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1일 안산시 등에 따르면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협의회)는 화랑유원지 내 사무실과 유가족 대기실, 회의실, 기록물 보관소 등의 철거를 앞두고 대체부지를 요구하고 있다. 협의회는 지난 2015년 1월 구성된 이후로 지금까지 분향소 뒤편 경기도미술관 내에 사무실과 컨테이너를 활용한 대기실과 회의실, 기록물 보관소 등을 무상으로 사용해왔다. 협의회는 지난달 20일 제종길 시장이 유원지 내 희생자 추모공원 조성 계획과 함께 정부 합동분향소와 주변 가건물 등의 철거 방침을 발표하자 별도의 장소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를 시에 전달했다.

시는 대체장소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휴 공공부지나 청사들이 거의 포화상태인 데다 별도로 상가건물을 임차할 예산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희생자 물품과 추모 메모지, 편지 등 유가족들이 보존을 요구하고 있는 기록물의 경우 유원지 내 추모기념관에 보관될 예정이지만, 이 공간 완공 시점까지 임시로 둘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기록물은 옛 상록구청 청사와 시청·안산문화재단 문서고 등에 분산 보관되고 있지만, 화랑유원지 내에도 컨테이너 6동 분량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세월호 선체 수색 과정에서 유류품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이를 다 보관하려면 661.1㎡(200평) 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넓은 장소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며 “당장 모든 요구조건을 그대로 수용하기에 어려움이 많아 절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지역 주민 전모(56) 씨는 “화랑유원지에 납골당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이젠 사무실까지 공공자산으로 만들어 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안산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