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호주오픈테니스 女복식 출전
패했지만 관중들 기립박수

기적의 복귀전이었다.

여자테니스 세계랭킹 227위 로라 롭슨(24·영국·사진)은 17일 멜버른에서 열린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복식 1회전에서 코코 밴더웨이(27·미국)와 짝을 이뤘지만 찬하오칭(25·대만)-카타리나 스레보트니크(37·슬로베니아)에 0-2(6-7, 4-6)로 패했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롭슨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고, 롭슨은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롭슨은 지난해 10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현장에 있었다. 미국 유명 컨트리 가수 제이슨 엘딘의 공연을 즐기고 있던 롭슨의 머리 위로 갑자기 총탄이 쏟아졌고, 롭슨은 친구들과 함께 엎드린 채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당시 총기 테러로 58명이 목숨을 잃었고 500여 명이 다쳤다.

롭슨은 “(총기 소리가) 처음엔 콘서트에서 마련한 이벤트인 줄 알았다”며 “주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걸 보고서야 ‘이거 큰일 났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충격이 컸기에 롭슨은 한동안 라켓을 다시 잡지 못했고, 트라우마 탓에 심리치료를 받았다. 다시는 코트로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그에겐 용기를 북돋는 우군이 여럿 있었다. 롭슨은 “그날의 충격으로 은퇴까지 고려했었다”며 “하지만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나를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코치 등 많은 사람의 격려 덕분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롭슨은 참사 후 약 3개월 만에 호주오픈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롭슨은 2008년 14세의 나이로 윔블던 주니어 챔피언에 올랐으며 2013년 7월에는 세계랭킹 27위까지 올라 기대주로 주목을 끌었다. 미모를 겸비한 롭슨은 2012년에는 유지니 부샤드(캐나다)와 함께 차이나오픈에 참가하면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UCC를 제작, 유튜브에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인 무대에선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다. 왼쪽 손목을 다치고 수술을 받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지난해엔 총기 난사 현장에서 참사를 목격했다.

메이저대회에선 2012년 US오픈, 2013년 윔블던 4회전 진출이 롭슨의 최고 성적. 하지만 롭슨은 의욕과 희망을 되찾았다. 롭슨은 “기적적으로 코트에 돌아온 만큼 앞으로 더욱 열심히 훈련하겠다”며 “나를 걱정해준 모든 분들 앞에서 더 나은 플레이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