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입다문 검찰총장 전날 “법적 절차대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18일 오전 입을 굳게 다물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김진모 불러 특활비 윗선 조사
권재진 前수석도 소환하기로

김윤옥 여사 특활비로 쇼핑說
검찰 “확인된 것 없어” 선 그어
임태희 등 前비서실장도 부를듯

법조계 “MB 소환 기정사실화”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힌 데 대해 검찰은 ‘법대로’라는 원칙론을 견지하고 있다. 검찰은 이렇듯 외형상 “불법이 나오는 대로 다 조사한다”는 기존 원론을 견지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고민이 커지는 기류다. 전·현직 대통령이 정면 충돌한 상황에서 모든 수사 상황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이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던지고, 문 대통령이 정면 대응한 상황에서 자칫 수사를 오래 끌 경우 혼선만 생기고 소모적인 정치 공방에 휘말릴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포석도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이 당초 예상보다 빨리 평창동계올림픽 전후에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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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이날 구속 상태인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청사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정면대응은 자제하면서 수사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은 밖으로 알려진 공개 수사보다 물밑에서 진행된 비공개 조사가 더 많다는 전언이다. 검찰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를 실무자 선부터 망라해 조사하며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의 불법 정황을 착실히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김 전 비서관을 상대로 국정원 자금 5000만 원 수수에 ‘윗선’의 관여가 있었는지와 사용 경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5000만 원이 민간인 사찰 무마용으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실 주무관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김 전 비서관의 ‘상관’이었던 권재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아울러 1억여 원을 수수해 이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 여비 자금으로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도 이날 비공개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에 대한 조사는 거의 매일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일부가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쇼핑 대금으로 쓰였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검찰은 “확인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수사에 협조적인 김 전 실장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김 전 실장의 ‘상관’이었던 류우익·정정길·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동시다발적 수사로 이 전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검찰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미 기정 사실화 된 모습이다. 검찰은 앞서 “수사 진행에 따라 (혐의가) 나오는 대로 투명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법적 절차대로 하겠다”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전날 발언도 사실상 특활비 수수 등 각종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이 전 대통령의 불법이 드러나면 엄정 대처할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경지검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청와대의 불법을 조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가장 ‘윗선’인 대통령에게 다다를 수밖에 없고 불법이 나오는 대로 수사하겠다는 건 곧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