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계선 “黨차원 규탄대회를”
지도부 ‘공동책임론 경계’ 신중

국민의당 “文·MB 다 부적절”
바른정당은 일단 ‘신중 모드’

자유한국당은 18일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청와대 브리핑과 관련,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대한 공정한 수사 없이는 결코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 직후 공식논평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흥분해서 분노할 문제가 아니라 냉정하게 ‘왜 국민이 이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이라고 말하는지 생각해 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변인은 “청와대가 정치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며 “김대중 정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특활비, 권양숙 여사의 640만 달러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 대통령은 자고 나면 터져 나오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사실 유포로 모욕 주기 수사를 자행하고 있는 검찰부터 문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 일각에선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장외집회를 비롯한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일했던 한 중진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돈을 유용한 게 아니다”며 “당에서 정치보복 규탄 대회를 열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란한 장외집회가 이명박 정부와 한국당의 공동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장외집회는 현재로썬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국정농단 세력’이라는 여권의 공세 틀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은 “(이 전 대통령을 지나치게 감쌌다간)정부·여당에 좋은 일만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전 대통령과 엮여봐야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도 전날(17일) 호남 지역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좀 과하다”면서도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게 “우리 당 출신이지만 (본인이) 나가 (지금은) 당원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국민의당은 18일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의 성명에 강한 어조로 반박한 것을 놓고 “이 전 대통령의 성명도 부적절했지만, 문 대통령 역시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듯한 언급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현직 대통령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전·현직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결국 정쟁으로 휩쓸릴 수밖에 없는데 정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검찰 수사와 사법부 판단으로 가려져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성주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는 게 바람직한지 내부적 논의를 해보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전날 이 전 대통령 성명 발표에도 2시간이 지난 뒤에야 논평을 내는 등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윤희·이근평·장병철 기자 worm@munhwa.com